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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전금법 개정안, 개인정보 침해 빅브라더법"
입력 2021-02-17 17:30  | 수정 2021-02-17 19:12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새로 상정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조항 중 빅테크 기업(대형 정보통신 업체) 결제정보 관리 방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한은은 상정된 법안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강한 '빅브라더 법'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절대 반대 입장을 내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금융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가 고객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해야 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금융위가 포괄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한은은 즉각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빅브라더 이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며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 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반발했다. 한은은 이 법이 통과되면 종전까지 중앙은행 고유 권한으로 생각했던 지급결제 운영 권한을 금융위에 넘기게 된다고 보고 있다. 정무위와 달리 한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한은 손을 들어주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달 초 기재위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한은법 개정안은 윤 의원 법안과는 달리 지급결제 관련 업무가 한은 고유 업무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급결제 권한을 놓고 서로 다른 법안이 충돌하며 금융위와 한은 간 해묵은 갈등이 국회 '입법 대리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두 기관 갈등이 워낙 첨예해 2월 임시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한은은 지급결제 시스템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중앙은행이 맡는 게 옳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조목조목 역공에 나섰다. 한은은 "금융위가 빅테크 업체 거래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하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특정 기관의 과도한 개인 거래정보 취득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필요 최소한의 수집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법무법인 두 곳에 의뢰해 "빅브라더 법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중국 인민은행에 문의한 결과 중국 정부조차 빅테크 업체 내부 거래까지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통상 다른 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한은이 이처럼 강도 높게 공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운영·관리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은 경제 주체들의 채권·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지급결제 시스템을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정부가 거래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정보 수집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금법 취지는 금융위가 전자거래정보를 상시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빅테크 업체가 도산할 경우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청산기관 현황 정보를 확인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 체계에서는 빅테크 업체가 고객 돈을 세분화해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은 고객 자산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기관을 정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용준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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