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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선 만년 적자기업…美선 VIP급 대우받아
입력 2021-02-17 17:08  | 수정 2021-02-18 00:18
◆ 쿠팡發 한국증시 재평가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시장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이 아닌 한국에서 상장을 추진했다면 쿠팡이 최대 55조원이라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미국 증시를 노크하자 아마존과 이베이 등 미국 주요 유통업체 몸값에 필적할 수준으로 뛰어오른 점에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한국 시장을 비교하면 전체 시장 밸류에이션 차이가 기본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지금보다) 가치를 덜 받았겠지만 기업 성장을 어느 시장에서 공유할 것인지 등 따져봐야 할 다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 신고서에 나온 지난해 실적과 사업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쿠팡의 시가총액은 한화 기준 최소 32조원에서 최대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고서에 기재된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조1221억원이며 영업손실은 6227억원(연평균환율 1180.1원 적용) 수준이었다. 공모 규모는 명목상 최소 10억달러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제로 이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통해 산출한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은 1.8~3.1배 수준이다. 아마존(3.5배), 이베이(3.6배), 알리바바(6.6배)에 비해 낮은 수치다. PSR는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본다. 쿠팡의 예상 시총으로 산출했을 때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GMV)은 22조원 수준이었다. 일례로 쿠팡의 거래액은 네이버쇼핑 거래액(약 27조원)과 비교해 약 81% 수준에 이른다. 반면 지난해 거래액 상승률은 쿠팡이 41%, 네이버쇼핑이 38%로 쿠팡이 오히려 높았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업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이커머스 업종의 확장성이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쿠팡의 영업현금흐름은 흑자로 전환했는데 진입장벽이 낮아 수익화가 어렵다는 시장의 편견을 깨뜨리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높은 성장세도 긍정적이다. 이날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 성장률은 91%에 이른다. 이는 아마존닷컴(38%), 이베이(19%) 성장률을 뛰어넘는 수치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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