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규모 정전·단수사태로 올스톱…4개주서 20명 넘게 사망자 발생
입력 2021-02-17 17:06  | 수정 2021-02-24 17:38
미국 기상청이 16일(현지시간)전망한 이번주 금요일까지의 적설량.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갈수록 많은 적설량을 뜻한다. <출처=미 기상청>

기록적인 한파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정전·단수사태가 발생하고 교통편이 마비되는 등 나라 전체가 '올스톱'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립해양대기청을 인용해 48개 주에서 75%에 해당하는 지역이 눈으로 뒤덮였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한파로 최근 일주일간 전국 500여곳에서 최저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미국인 1억500만명 가량이 겨울폭풍 경보·주의보 영향권 아래 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텍사스주를 비롯해 앨라배마, 캔자스, 미시시피 등 7개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정전피해 집계 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역에서 전력공급이 끊긴 곳은 370만가구에 달했다. 이중 약 310만가구가 텍사스주에 집중됐다. 대규모 정전사태에 미 기상청은 가정에서 전기없이 실천할 수 있는 응급 난방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발전소 측은 더 큰 피해를 막기위해 수시로 지역별 전력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전통적으로 기온이 따뜻한 남부지역까지 한파가 덮치면서 피해가 유독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겨울폭풍으로 4개주에서 최소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휴스턴에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차량에 장시간 시동을 켜놓은 여성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고 노숙자 1명이 동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스턴 소방당국은 이날 24시간동안 90건이 넘는 일산화탄소 중독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공항이 폐쇄되고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하늘길도 막혔다. CNBC는 이번주 텍사스에서만 4000편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15일과 16일 각각 1000편과 900편에 가까운 비행일정을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텍사스 전력공급망에 대한 비판과 추후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텍사스 전력망 사업자인 전력안정위원회(ERCOT)는 이번 한파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데다 별다른 대응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하고 있다. NYT는 "(전력 시스템이)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긴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예측불가능한 날씨는 그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한파와 겨울폭풍이 이번주까지 지속될 경우 10억달러(약 1조 1100억원) 규모 재난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텍사스 일대에 며칠 내로 찬 공기가 물러가기 시작할 것이며 오는 주말쯤이면 평년 기온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동부에서 날씨가 풀리기까진 최소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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