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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몽니에 발목잡힌 세운지구 통개발
입력 2021-02-17 16:52  | 수정 2021-02-18 09:44
대표적인 도심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가 현실과 동떨어진 서울시 행정에 발목을 잡혀 개발계획이 일몰 위기에 처했다. 4만㎡도 채 안 되는 정비구역을 35개로 쪼개면서 면적 300㎡ 미만 구역까지 만든 데 이어 통합 개발 조건으로 소규모 구역마다 별도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구역은 오는 3월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면 일몰 적용을 받아 구역이 해제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은 "과거 결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같은 공무원들로 인해 서울시민 전체가 손해를 보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이광익 세운2구역 개발위원장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려고 했더니 구청에서 2구역이 아닌 구역 내 35개 소규모 구역마다 75% 동의율을 받아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2014년 세운2구역이 35개 소규모 구역으로 쪼개지면서 1000㎡ 미만인 곳이 절반을 넘는데 구역마다 75% 동의율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3월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해야 구역 지정이 연장되는데 그러려면 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 및 토지면적 50%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세운2구역 내 소규모 필지는 소유주가 단 2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어 정비구역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사실상 동의율 100%가 필요하다. 이 위원장은 "외국계 은행이 대형 필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금융기관이어서 처분 요건도 복잡하고 시간도 부족해 사업 진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세운2구역은 구역 분할 당시 구역 내 주민 절반 이상이 소규모 구역 개발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개발 방식을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재정비촉진계획에 담겼는데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사업구역을 잘게 쪼개서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주민 의견을 모아 통합 개발할 수 있는 구역은 행정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규모 구역 개발이라는 발상 자체가 낙후된 지역 기반시설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재정비촉진지구 사업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구역은 대지면적이 300㎡도 되지 않는 소규모 구역까지 나눠져 있어 오히려 도로·전기·수도 등 체계적인 기반시설 확보가 어려워졌다.
당시 서울시는 순차적 개발을 주장하며 구역 쪼개기를 진행했으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이다. 현재 세운2구역은 구역 외곽에서 개발사업에 반대하면 이면부에서는 사업에 동의하더라도 공사용 트럭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반시설이 열악하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구역 내에서도 큰길에 맞닿는 지역에서는 반발이 심하고 구역 내부로 들어갈수록 동의율이 높게 나타난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전문가 의견을 받아 여건을 고려했다"며 "지금 이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세운2구역은 3월 26일 정비구역 일몰 기한을 맞아 통합 개발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세운지구 일몰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체 152곳 중 89곳을 구역 해제하고, 나머지 63곳은 1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일몰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강제로 일몰을 적용하게 되면 도시재생 방식으로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역은 기반시설 등이 너무 낙후돼 재생으로는 환경 개선이나 주거 공간 마련이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세운지구는 기존에 공급하려던 아파트마저 규제 강화로 사업성이 떨어져 도시형생활주택 또는 오피스텔로 공급되고 있다.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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