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인이 어린이집 원장 "정인이, 모든 걸 포기한 모습이었다"
입력 2021-02-17 14:10 

'정인이 사건' 관련 평소 정인양의 상처에 대해 양부모가 '베이지 마사지'를 통해 발생한 것이라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정인양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되자 양부모는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이 싫다"는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살인·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모 장 모씨와 아동학대·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모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에선 3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정인양이 다녔던 어린이집의 원장은 증인 신문에서 "반복적으로 (정인양) 신체에 멍, 흉터 등이 발견됐는데 그때마다 전화해서 상처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부딪혀서 생겼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며 "이후 배, 하체 부위에도 상처가 발생해 문의하니 베이지 마사지를 해서 멍이 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이에 고민을 하다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원장에 따르면 정인양은 지난해 3월 2일 첫 등원 당시엔 쾌활한 상태였다고 한다. 건강으로도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반복적으로 신체에 상처가 발생했고 지난해 중순부터는 코로나를 핑계로 정인양이 등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장은 "양부모가 당시 '정인양을 차안에 두었다고 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등 입양 가족을 편견 섞인 시선으로 보는 게 싫다'고 말했다"며 "장기간 쉬던 정인양이 지난해 9월 24일 재등원했을 땐 완전히 다른 아이가 온 줄 알았다. 기아 아동처럼 말라 가죽만 남았고 허벅지 부분을 바들바들 떨면서 걷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원장은 정인양이 마지막 등원을 한 10월 12일을 회상하며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 좋아하는 장난감, 과자를 줘도 반응이 없었다"고 울먹였다.
이날 오전 남부지법 앞에는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다수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여명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피켓 시위를 벌이며 "정인이 살려내"를 외치며 울부짖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이성근 씨(28)는 "귀빈도 아닌데 범죄자를 경찰 등이 보호해주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현 씨(44)는 "양부 또한 구속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차창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