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셋값 너무 올렸나" 가격 내린 단지 늘었다지만 사실은…
입력 2021-02-17 11:34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 = 한주형 기자]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고 하향 조정되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몇 달 사이 수억원 뛴 전셋값을 맞추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증가하며 매물이 쌓이고 있는 데다 자금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수천만원씩 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셋값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하락세가 강한 것은 아니어서 전세난이 해결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주 연속(0.13%→0.12%→0.11%→0.10%) 오름폭이 줄었다. 수도권 전셋값도 오름폭(0.23%→0.22%)이 둔화했다.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내 고가 단지 위주로 전세물량이 쌓이고 있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 11일 기준 2만2169건(아실 자료 참조)으로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작년 9∼10월 1만건 미만으로 크게 줄었던 것과 비교해 물량이 크게 회복됐다. 경기도 역시 작년 10월 1만647건이던 전세 물량이 이달 2만4193건으로 1만3000건 이상 증가했다.

전셋값 최고점 대비 내린 가격에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9㎡(4층)은 이달 보증금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18억원(15층) 최고가보다 2억원 낮은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84㎡(9층)도 1웍 26일 지난해 최고 거래인 15억원(13층)보다 2억5000만원 낮은 12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강북지역도 최고가 대비 보증금을 내린 단지가 늘고 있다.
성북구 정릉동 '풍림아이원' 84㎡(11층)는 지난 1월 23일 4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같은 달 초 5억원(15층) 수준을 유지했던 것 대비 3000만원 내려 전셋값이 다소 안정되는 분위기다. 마포구 북아현동 '두산' 59㎡도 지난 달 보증금 5억원(5·8층)에 2건 계약이 이뤄진 뒤 이달 5일 4억5000만원(15층)에 비슷한 층이 계약되는 등 값이 5000만원 내렸다.
두산 아파트 인근의 D공인 대표는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고, 자금 사정이 안되는 집주인들이 집을 비워놓을 수 없어 몇천만원씩 내리면 거래가 성사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2~3월 봄 이사철 입주 물량 증가에도 전세난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1분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5만4000여가구로, 작년 1분기(4만4000여가구)와 비교해 약 1만가구(23.7%) 늘어난다. 정부는 이런 환경을 강조하며 전셋값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고한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공급대책 영향으로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면서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전월세 수요가 많아졌고, 올해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도 적지 않아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안정될 수는 있다"면서도 "규제지역의 경우 양도세 감면을 위한 2년 실거주 요건과 주택담보대출 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등으로 집주인 실거주가 늘어 전세 물량 증가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