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네이트 판 왜 학폭 미투 폭로장이 됐나
입력 2021-02-17 11:30  | 수정 2021-02-18 11:38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학교폭력 경험한 4명의 피해자로 설명했다. 이들의 글에는 20가지가 넘는 괴롭힘 행위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피해자 부모를 욕하거나 돈을 뺏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 학교폭력 가해자로 인해 이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고 했다. 이들이 지목한 가해자가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 밝혀지면서 이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네이트 판이 학교폭력 미투(Me Too) 폭로의 장이 되고 있다. 이재영 이다영 학폭 논란 이후 가수, 항공사 승무원에 이르기까지 날로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독 네이트 판을 통한 폭로가 많다.
17일 네이트 판에는 1만3000개가 넘는 학교폭력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단순한 고민글이 많지만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를 담은 글들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네이트 판은 여자들이 많이 찾는 '여초 커뮤니티'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15년째 운영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네이트 판 '톡톡 게시판'은 다양한 사연의 글을 볼 수 있다. 댓글이 많은 글들은 '톡커들의 선택' 섹션에 따로 분류돼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네이트 판을 통한 폭로가 많은 데는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추정된다. 맘카페 등 일부 세대만 포괄하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해 불특정 다수가 글을 읽는다는 점에서 파급력도 높다. 또 해당 사이트를 통한 폭로가 사회 이슈로 확산되면서 유사한 폭로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관계 지향적인 여성의 특성과 여초 커뮤니티라는 사이트 특성이 맞물려 네이트 판이 학폭 미투의 장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차는 있지만 여성의 경우 관계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과 친해진다"며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 특성으로 인해 여성 글쓴이가 친근감을 느끼기 쉽고, 자신의 비밀이나 트라우마 등도 토로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네이트 판에 글을 올린 게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또 글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트 판의 운영을 맡은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네이트 판에 올라오는 모든 글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게시글에 거론된 사람이 신고를 하면 사실 관계 파악 후 정보통신망법과 회사 약관에 따라 글을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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