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조카 물고문' 이모 부부 살인죄 적용…신원은 비공개
입력 2021-02-17 11:28  | 수정 2021-02-24 12:05


10살짜리 조카를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을 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수사해온 경찰이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오늘(17일)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숨진 A(10) 양의 이모인 B씨와 이모부(모두 30대)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습니다.

B씨 부부는 지난 8일 오전 자신들이 거주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아파트 화장실에서 조카 A 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마구 때리고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A 양이 숨을 쉬지 않자 같은 날 낮 12시 35분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 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 양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은 A씨 부부로부터 "아이를 몇 번 가볍게 때린 사실은 있다"는 진술을 받아 이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이어 이들을 상대로 A 양의 사망 경위를 캐물었고 B씨 부부는 결국 물을 이용한 학대와 폭행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당초 이들 부부에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이들 부부가 심한 폭행과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학대를 어린 A 양에게 가하면서 A 양이 숨질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판단하고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어린아이에게 이 정도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면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피의자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범행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B씨 부부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어제(16일) 오후 경찰 내부위원 3명과 변호사, 심리학과 교수를 비롯한 외부인원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숨진 A 양 이모 부부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살인죄 등 일부 강력범죄에 한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B씨 부부가 신원 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심의위는 "이 사건 범죄의 잔혹성과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된다"면서도 "B씨 부부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부부의 친자녀와 숨진 A 양의 오빠 등 부부의 친인척 신원이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비공개 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 백길종 디지털뉴스부 기자 / 100road@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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