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해 초등 6학년, 고교 들어갈때 학점제 도입된다 [Q&A]
입력 2021-02-17 11:26  | 수정 2021-02-24 11:38

올해 초등학교 6학년(2025년 고교 진학)부터 고등학교에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하는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실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면 교육과정, 학사 운영, 학교 공간에 대한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에선 고교학점제와 맞물린 대입정책 방향과 평가 방식 등에 대한 밑그림이 없어 알맹이 빠진 발표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부분 도입할 방침이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6월 중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혀 교육 현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17일 교육부는 학생 선택 중심 과목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고교학점제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1학점을 50분 기준으로 총 16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으로 하고, 3년간 192학점(2560시간) 취득을 고등학교 졸업 기준으로 한다. 과목출석률(수업횟수의 3분의 2 이상 출석)과 학업성취율(40% 이상·A~E)을 충족할 경우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하며 미이수자 발생시 보충이수를 지원하게 된다.
고교학점제는 취지상 성취도평가(절대평가)가 되어야 하지만 공통과목에 대해선 상대평가를 혼용하기로 했다. 1학년 때 수강하는 공통과목(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은 석차등급을 낸다. 다만 석차등급제에서는 수강 인원 수 등에 따라 내신등급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현장의견을 감안해 선택과목에 대해서만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면 내신 경쟁 부담이 사라져 명문 학군으로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교육부 관계자는 "1학년은 여전히 석차 등급제를 병기하기 때문에 진로선택 과목만 보고 학군 쏠림이 있을 것이라 예단할 수 없다"며 "명문학군 보다는 단위 학교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 지원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고교학점제 하에선 재학 중인 고교에 개설된 수업 뿐만 아니라 인근 고교, 지역 대학 및 공공기관에서도 선택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대적 서열화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둔 교수학습 및 평가 체제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취지"라며 "교사가 중심이 되는 지식 전달을 넘어서서, 학생 스스로 의미 있는 지식을 모으고 진로와 학업을 디자인해 나갈 수 있는 교육체제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교학점제에 대한 교사 부담 가중과 학교별 격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영종 천안오성고 교장(교총 수석부회장)은 "고교학점제를 하면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해서 교사들이 지금처럼 한 과목이 아닌 2~3과목을 모두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모든 과목 개설 요구를 만족시킬 학교 공간도 부족하고 학업성취도가 낮다고 미이수를 결정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처럼 제2외국어나 일부 사회·과학 과목이 아닌 국·영·수 과목까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현행 수시체제에서 변별력 확보 문제와 내실 부풀리기 가능성도 생길 수밖에 없는데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이다. 내신등급이 산출되지 않으면 대학으로선 지금의 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변별할 수단이 사라진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되는 현 초6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대입 정책에 대해 "2022 국가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대입 전형이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존중하고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등 핵심역량을 신장하고자 하는 미래교육 전환의 방향성에 부합하도록 관련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괄 폐지를 놓고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 것 역시 고교학점제 추진의 불확실한 요소로 거론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자사고·외고 등에도 학점제를 적용할 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자사고·특목고가 일반고에 비해 다양한 과목 및 심화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교육부는 "자사고, 외고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를 보고 앞으로 검토하겠다"며 "대입 입학사정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보니 대학에서는 심화과정 이수보다 전공 지원에 맞춰서 어떤 과목을 어떤 단계로 들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고교 교육 과정에서 심화과목을 이수했다고 대학이 대입 평가 과정 상 가점을 주는 등 유·불리가 발생할 지 속단하기 힘들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한편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 확충 없는 고교학점제 안착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특단의 교원 수급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교총이 지난 4~7일 전국 고교 교원 2399명에게 실시한 '고교학점제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를 위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편성 운영의 어려움'(2개 선택)에 대해 '다양한 과목 개설을 위한 충분한 교사 수급 불가'(67.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과도한 다과목 지도 교사 발생'47.6%), '학생 수요 변화에 따른 예측 어려움'(36.5%) 순으로 나타났다.
교총은 "교육부가 발표한 연구학교의 경우도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등으로 수업학급 증가, 개설 과목 다양화 외에도 수업 준비시간 증가, 학생 상담·관리 등 업무 가중을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교육부는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2022년까지 마련한다고 밝혔을 뿐"이라며 "획기적이고 세부적인 교원 확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교육과정, 온라인 과정, 순회교사제, 외부 강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동 간 학생 안전·생활지도 문제, 온라인 강의의 효과성, 교육의 질 담보 문제 등이 우려된다"며 "특히 교원 수급이 어려운 농어촌 학교 학생들이 소외되고 교육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제림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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