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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허위공시 논란…'바이오 대목' 항암학회 이벤트 찬물 뿌리나
입력 2021-02-17 10:08  | 수정 2021-02-24 10:38

에이치엘비가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바이오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들이 회사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대목'으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학술대회 이벤트를 앞둔 터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0% 하락한 4850.35로 마감됐다.
에이치엘비가 지난 2019년 리보세라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조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한 매체가 전하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지난 15일 종가 대비 2만4900원(27.24%) 급락한 6만6500원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6500원(27.96%) 내린 1만6750원에, 에이치엘비제약은 2900원(22.81%) 하락한 1만3200원에 각각 전일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전일 오후 2시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방송 이후 주가 하락세가 더 거세졌다.
앞서 에이치엘비는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추가 임상을 하겠다고 지난 2019년 6월 발표했다. 당시 증시에서는 이 같은 에이치엘비의 발표를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다른 지표들도 포함된 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뒤 임상적 유의미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 신청(NDA)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2019년 8월 밝혔다. 또 같은해 9월 말에는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성공'이라는 문구가 제목에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 부분을 자의적 해석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의 서류심사와 사전미팅(Pre-NDA) 과정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온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진 회장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서류심사에서 'fail(실패)'라는 단어가 사용된 문장이 회의록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임상 실패가 아니라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대면 인터뷰 회의록에는 NDA 보완자료가 완성되면 다시 검토하자고 돼 있다"고 해명했다.
신약 후보의 임상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특히 한올바이오파마는 "한올바이오파마·대웅제약,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 HL036의) 미국 임상 3상 성공적인 톱라인(Topline) 결과' 발표"라는 보도자료를 작년 1월 16일 배포한 뒤, 같은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상 결과가 1차 지표 충족에 미달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에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 AACR 학술대회를 앞두고 바이오업종이 힘을 받기 시작할 때라는 점이다. 올해 AACR 학술대회는 오는 4월 10일부터 개최된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더불어 글로벌 양대 항암학회로 꼽힌다.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 결과 발표가 확정되면 호재로 인식되기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이를 알린다. 올해 AACR 학술대회를 앞두고도 지놈앤컴퍼니, 에스티큐브, 메드팩토 등이 발표 주제로 채택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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