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저 15세트 단돈 만원"…당근마켓 코로나 폐업 물품 우수수
입력 2021-02-11 17:56  | 수정 2021-02-11 20:06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 중고가전제품 판매점에 진열된 TV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가계 폐업하면서 업소용 숟가락·젓가락15세트 1만원에 내놓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국내 자영업자들이 많아지면서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폐업 물품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11일 당근마켓에 '폐업'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폐업 정리 간이 의자 판매합니다', '전자레인지 팔아요', '카페 폐업으로 커피머신 팝니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코로나19로 사업을 접는다는 이들은 헐값에 물건을 내놓으며 눈물의 판매를 이어갔다. 전기 그릴을 정리한다는 한 판매자는 "구매한지 3주밖에 안 됐다"며 "70만원짜리 20만원에 내놓는다"고 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카페 폐업으로 커피머신을 일괄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폐업하기 전까지 이상없이 잘 썼고, 샷잔과 스팀피쳐 등 액세서리도 챙겨드린다"고 적었다.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소모품을 내놓은 판매자들도 많았다. 식당을 운영했다는 한 작성자는 "스티로폼 박스 24개, 아이스팩 60개, 플라스틱 프레이 등 모두 2만5000원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업용 믹서기, 에어컨, 숫가락, 각종 주방용품, 싱크대, 호출 벨, 카페용 휴지통 등 가게 폐업을 알리며 사장님들이 판매하는 품목들은 다양했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도 폐업 판매글이 다수 올라와있었다.
지난주 중고나라에 러닝머신 판매 글을 올렸는 김모(38)씨는 "7년간 헬스장을 운영했는데 버티다 버티다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며 "폐업하는 헬스장이 많다보니 중고마켓에도 경쟁이 치열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판매글이 다수 올라오는 이유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 강화로 자영업자들이 생업현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국내 자영업자 숫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총 554만 1000명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4년 537만 6000명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로 생계 어려움으로 폐업까지 하게 된 자영업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5년째 액세서리를 판매점을 운영하다 지난주 폐업한 이모씨는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하루에 많으면 10명 정도였다"며 "장사를 하다 남은 재고를 온라인에 헐값에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간 여기(명동)서 음식점을 운영한 지인도 코로나19 사태로 작년에 문을 닫았다"며 "여기 대부분 상인들은 '곧 끝나겠지'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말대로 지난 주말 찾은 명동거리에는 임대를 내놓은 가게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원래 의류점과 음식점으로 이어져 있던 한 골목에는 한집 건너 한집 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대부분 매출을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했던 명동은 코로나19 이후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리가 지속되면서 한국 손님마저 발길마저 뚝 끊겼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 역시 자영업자라는 통계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률은 자영업이 7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무직·퇴직·기타(74.6%), 주부(74.4%) 순이었다.
지난 6일 찾은 명동 거리 한 골목에 임대를 내놓은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져 있다. [사진 = 김승한 기자]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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