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준공업지역 고밀도 개발의 뜻을 밝혔지만 사업 진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노후화된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만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고, 공공으로 진행될 경우 현지 주민들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찾은 서울의 대표적 준공업지역인 신도림293 일대는 각종 소규모 공장과 식당, 저층 빌라가 혼재해 오랜 시간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임을 짐작케 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은 예전에 우선정비구역으로 선정돼 2·4 부동산 대책하고는 무관해 별 반응이 없다"면서도 "이런 곳은 여러 시설이 복잡하게 섞여있어서 주민들 동의를 얻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준공업단지 모습. <사진=정석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19년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준공업지역이 위치한 구는 성동구, 도봉구,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7개구다. 이 가운데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3개구에 전체 면적 1997만 7301㎡ 가운데 67.2%(1342만3665㎡)를 차지할 정도로 이 3개구는 준공업지역이 밀집된 지역이다.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대책 발표 이후 방송을 통해 "구로나 금천, 영등포 등 준공업지역의 경우 무질서하게 입지해 있는데, 잘 활용하면 충분히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취임 이후 준공업지역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통해 전국 준공업지구에 1만2000호(서울 6000호)의 신규 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에도 인근 부동산 시장은 조용한 모양새다. 주택공급만 이뤄질 경우 기존 주민들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준공업단지 모습. <사진=정석환 기자>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2·4 대책 이후에도 별다른 문의는 없다. 기존 주민들도 좋아할지는 잘 모르겠다"며 "다른 것보다 이 일대는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하고 교육 환경도 부족하다. 오피스텔이면 몰라도 직장인들을 위한 거주지가 들어서는 것은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도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뀌고나서 한두달은 사람들 많은 왕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뜸하다"며 "개발을 통해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기존 주민들이 손익을 따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과거 이 지역 집값이 저렴했을 때 들어와서 오래 살고 계시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개발이 되든 크게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공공 주도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진행되는 점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기존 대책과 다르지만 전임 장관 시절 공공재건축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절반 정도가 반감을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준공업지역을 주택용으로 개발하면 상당한 물량이 들어갈 수 있지만 무작정 주택을 짓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후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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