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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아이’ 류현경 “평생 연기해야겠다는 꿈, 확신으로”
입력 2021-02-10 07:02 
류현경은 `아이`의 완성도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단언컨대 인생작, 인생 캐릭터다. 배우 류현경(39)이 미혼모 ‘영채로 분해 내공의 끝판 연기를 펼친다. 영화 ‘아이(감독 김현택)를 통해서다.
강인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온 하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 분)은 돈이 필요해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 ‘영채(류현경 분)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어느 날 ‘혁이에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나면서 둘의 관계는 틀어지고, 고단한 현실에 지친 영채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술집 종사 미혼모, 얄궂은 인연의 마담, 보호종료아동(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양육능력이 없어 5년에서 10년 이상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생활해온 아이들)까지. 다소 무겁고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선입견 없이 한 명 한 명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담백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특히 류현경은 섬세하고도 울림 있는 감정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아이'로 우뚝 선 류현경을 만났다.
Q. ‘아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처음 대본을 본 후로 ‘영채라는 인물에게 계속 마음이 갔다. 결핍과 자기혐오로 가득찬 인물인데, 스스로는 그런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면이 인상적이고 안쓰러웠다. 물론 그래서 이 인물을 연기한다면 복잡하고 힘들겠지만, 그 작업을 통해 스스로도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것 같았다.
Q. 그런 진심 덕이었을까. 시사회 이후 작품은 물론 연기력 호평이 쏟아졌다.
A. 꿈만 같다.(웃음) 일단 영화에 대한 평들이 좋아 기쁘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그런 반응에 뿌듯해하고 있다. 영화란 누구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의 진심이 닿은 것 같아 사실 우리가 더 감동 받았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어려운 숙제를 잘 마친 기분일 것 같다. 앞서 말한 대로 성숙해진 것 같은가?
A. 모르겠다.(웃음) 확실한 건 이런 좋은 영화에 나온다는 게 감격스럽다는 것, 그 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거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처음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스물 다섯 살 때 '신기전' 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의 결심이었는데 그 마음이 내내 다시 생각나더라. 나름 성장을 한 것, 아니 그 이상의 것을 얻은 게 아닐까.
Q. 극 중 영채는 사는 게 참 버거워 보인다. 미혼모의 현실도 힘든데, 술집 종사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 자괴감 등 심리적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그런 영채를 덤덤하게, 오히려 밝고 쿨한 톤으로 표현했는데?
A. 내면의 슬픔과 아픔이 가득 차 있는 인물이니까. 꼬불꼬불하게 살아온 친구가 아닌가. 기억, 사람 등 소중한 무엇을 매일 하나씩 상실해가는, 그래서 불안함이 큰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최대한 누르고 현실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담담함을 넣었다. 이 친구가 잘 버티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것을 차곡차곡 쌓으니 그런 표현이 되더라.

Q. 영채와 마담, 아영의 연대가 기구하고도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A. 사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저마다의 슬픔을 지닌 이들이 아닌가. 그래서 누구나 알 수 있는, 보이는 감정적 아픔은 최대한 누르고 담백하게 하려고 애썼다. 현실적인 생각들을 많이 했다. 케미 역시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영채를 표현할 때보다도 아이들이나 아영의 장면이 더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서로서로 그런 이해심을 바탕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Q. 찰진 욕설 연기도 인상적이다.
A. 보기엔 그냥 막 나오는 대로 한 것 같지만 (대본상) 순서도 있고 많은 분들의 머리를 맞대 나온 욕설들이었다. 평소엔 안 그런다.(웃음)
Q. 캐릭터와 실제로 닮은 부분이 있다면?
A. 힘들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뚫고 나가는데 힘을 쏟는 편이다. 웃으면서 헤쳐 나가려고 애쓴다. 그런 면이 닮지 않았나 싶다.
Q. 이 작품만의 특별한 지점이 있다면?
A.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하든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은 없다. 그것만큼은 자부한다. 그럼에도 이번엔 정말 더 열심히 임했다. 김향기 배우의 (찐)팬이기도 했고(웃음), 워낙 메시지나 담고 있는 에너지, 그 진심이 좋았기 때문에 잘 표현하고 싶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 진심이 모여 이런 결과물이 나왔으니 말이다.
Q. ‘아이로 얻은 게 있다면?
A.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다는 것? 너무 내몰아치지 말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응원하고 위로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인터뷰②에 계속)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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