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직장상사 성폭행 신고 후 해고당한 재미교포 '미투 폭로'
입력 2021-02-09 11:30  | 수정 2021-02-16 12:05

직장 내 성폭행 피해를 연이어 당해 내부고발을 하자 해고된 재미교포 여성이 끝내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7조와 내부고발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 직장을 고소한 재미교포 A씨의 사연을 조명했습니다.

A씨는 26세이던 2013년, 친척을 만나러 서울에 왔다가 미국 연방정부 계약업체인 B사의 서울지사 면접에 합격해 문서관리 전문가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거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는 상습적인 성적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2014년 어느 날엔 술자리 이후 직장 상사가 A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습니다. A씨가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속옷이 거꾸로 입혀져 있었고, 상사가 집 비밀번호를 묻고 샤워기를 튼 기억만 어렴풋이 났습니다.

그는 성폭행 사실을 서울지사 최고위 관리자인 프로그램 디렉터에게 알렸습니다. A씨는 자신의 멘토이기도 했던 그 디렉터를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디렉터는 신고를 묵살하더니 A씨를 성폭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외부미팅을 한 날 택시를 같이 타자고 하더니 회사가 '사무공간 임대업'을 할 수 있어 A씨가 거주하는 건물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디렉터는 A씨를 방으로 밀어 넣은 후 성폭행했다고 A씨는 고소장에서 주장했습니다.

A씨는 2017년 같은 회사의 미국 버지니아 지사로 옮겼는데, 이듬해 그 디렉터로부터 자신이 버지니아 지사에 출장 왔으니 단둘이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A씨는 회사 인사 담당자와 법률팀에 과거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직장 상사들이 자신을 피하거나 도저히 지킬 수 없는 마감 시한을 설정하는 등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A씨는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성차별 혐의로 회사를 신고하고, 국방부 감찰관실에도 내부고발자 보복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결국 다음 달 그는 해고됐습니다.

회사는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한 기밀 유지 합의서에 서명하면 6개월 치 퇴직금 등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는 거절했습니다.

현재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A씨는 전 직장을 정식으로 고소했습니다. 회사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A씨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여성을 법적으로 지원하는 '타임스 업 법률방어기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이 기금은 2017년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각종 성폭력 혐의가 불거져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된 이후 할리우드 스타와 인권 운동가들이 설립한 것으로, 현재 250명이 넘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여성법률센터'가 2018년 1월∼2020년 4월 접수한 지원요청서 3천317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해고, 업무평가 저하, 명예훼손 피소 등 보복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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