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3040 "로또 청약 기회잡자"…공공분양도 30% 추첨제 도입
입력 2021-02-04 17:34  | 수정 2021-02-04 20:20
정부가 주도하는 도심 공공분양에 추첨제가 도입되고 일반공급 비율이 늘어난다. '신혼부부 특공' 등 특별공급 비율이 늘어나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청약 당첨 기회를 확보하지 못했던 주로 30대 젊은 청약 저축 가입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4일 공급 방안 발표를 통해 향후 정부가 주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는 새로운 공공분양 방식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일반공급분의 30%는 3년 이상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겠다. 3년 이상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새로 공급되는 주택의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공급 방안에 따르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통해 전국 19만6000가구(서울 11만7000가구), 공공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13만6000가구(서울 9만3000가구) 등이 추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분양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70~80% 이상이다.
기존 공공분양은 신혼부부·생애최초·다자녀 전형 등 특별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많아 일반공급 물량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특별분양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청원이 올라왔을 정도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을 기존 15%에서 50%로 늘렸다. 이와 함께 추첨제를 도입해 젊은 층에게도 청약 기회가 확대되는 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정책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분양 아파트는 100% 순차제가 적용됐다. 순차제는 청약통장 납입 총액 순으로 당첨자가 결정된다. 한 달에 아무리 많은 금액을 납입해도 매월 10만원씩만 납입 금액이 인정되기 때문에 납입 횟수가 많은 50대 이상에게 유리한 구조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위례자이더시티(공공분양)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최소 17년 이상 청약통장에 매달 10만원씩 납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분양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 아닌 기타 지역은 22년 가까이 입금해야 커트라인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청약 제도는 젊은 층에게 당첨 기회가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국토부는 앞으로 추첨제 비중을 전용면적 85㎡ 이하 일반공급에서 3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청약통장 납입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무주택 가구주 3년'이라는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공공분양 아파트 가운데 일반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순차제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에서 순차제 물량은 15%(일반공급 물량 15%에 순차제 100% 적용)였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순차제 물량은 35%(일반공급 물량 50%에 순차제 70% 적용)로 늘어난다. 이 경우 추첨제 물량은 15%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9억원 초과 공공분양에 대해서는 소득 요건을 보지 않기로 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전용면적 60㎡ 초과 시에만 소득 자산 요건을 보지 않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반공급 비중을 상향하면 가점이 낮아 분양 시장에서 당첨이 쉽지 않았던 20·30세대는 랜덤 추첨의 이점을 통해 분양 시장 진입 문턱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이 같은 공공분양 제도가 향후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추가 물량'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가 밝힌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분양에는 이 같은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서울에서는 공공분양이 5%도 되지 않아 오래 대기해도 공공분양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나마 특공이 대부분이어서 일반분양 물량이 적었다. 30·40대에게도 추첨을 통한 공급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공급안에 따라 새로운 공공분양 물량이 부동산 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청약제도에 불만이 많아 개편이 이뤄졌는데 4~5년은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이들이 들어갈 곳이 없으면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공공분양 아파트 청약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30대 전 모씨는 "추첨 물량이 생겼으니 없던 기회가 생긴 것 같다"면서도 "이번 정책으로 아파트 청약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텐데 당장 어떻게 버틸지는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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