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동학개미·정치에 떠밀린 공매도금지 연장…재개땐 대형주부터 [종합]
입력 2021-02-03 17:06  | 수정 2021-02-04 01:22
◆ 공매도 금지 재연장 ◆
금융위원회가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 달 반 연장한다. 이로써 작년 3월 16일부터 적용된 공매도 금지는 올해 보궐선거(4월 7일)를 지나서 5월 2일까지 총 1년2개월간 이어진다. 한국 증시가 코스피 3000 시대를 열 만큼 증시 여건이 나아진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공매도 재개 권고가 있었는데도 정치권과 여론 반발을 의식해 금융당국이 또 한 번 밀려났다는 시장 반응이 나온다. 특히 여권과 정부가 4월 선거를 염두에 둔 정무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 추가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대해 먼저 공매도를 허용하고 시가총액이 적은 나머지 2037개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홍콩식 공매도'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의 공매도 재개 시점은 거래소 전산 개발과 테스트 기간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종목의 공매도 허용 시점의 경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별도로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동학개미들의 불만을 감안해 대주 증권사를 현재 6곳에서 1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대주물량을 3조원가량 확보하는 등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가기로 했다. 또 4월부터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한다. 결제 불이행 위험이 높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과징금과 1년 이상 징역형의 형사처벌을 부과한다. 다른 투자자에게서 빌린 주식을 팔게 되는 '차입 공매도'의 경우에도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아울러 시장조성자인 증권사들의 공매도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한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입해 갚는 차익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일부 국가들이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한두 달 만에 대부분 재개한 반면 공매도를 계속 틀어막은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강계만 기자 / 진영태 기자]

공매도 상장사 15%만 허용할 듯…일단 코스피200 종목부터

상장사 중 15%만 허용 가닥
나머지 종목, 기한없이 금지
30% 허용 홍콩보다 더 조여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와 병행

개인 공매도 투자한도는 차등
첫 투자땐 3000만원으로 제한

외국자금유출·MSCI 비중축소
이번 연장결정 부작용 우려도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 한 달 반 연장 방침을 발표한 것은 주식시장을 넘어 정치권까지 번진 공매도 논란을 불식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한 달 반 추가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금지 종료 시점이던 3월 15일부터 5월 2일까지 한 달 반 늘어나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처음 내려졌던 작년 3월부터 감안하면 공매도 금지 기간은 모두 1년2개월이다.
또한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더라도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허용하기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종목 시가총액 비중은 88%,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150 종목 시가총액 비중은 50%다. 나머지 2037개 종목은 별도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해서는 투자 한도를 차등해 지나친 손실 확대를 막기로 했다. 개인의 초기 공매도 한도는 3000만원이다. 2019년 개인 공매도 참여자의 평균 차입 잔액이 2300만원임을 고려해 설정한 금액이다. 최근 2년간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이고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투자 한도를 7000만원까지 적용한다. 공매도 투자 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 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추가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먼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 주기를 기존 반기에서 월 단위로 개선하는 등 거래소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공매도 목적의 대차거래 정보를 5년간 보관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도 구축한다. 또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줄 수 있도록 증권사와 보험사를 통해 2조~3조원가량의 대주 물량을 확보한다. 이로써 공매도 재개 시점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대부분 종목의 개인 공매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 증권사도 기존 6곳에서 10곳 이상으로 늘린다. 아울러 금융위는 시장조성자 공매도 절반 이하 축소 등 제도 개편도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에서 이번에 참고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는 시가총액이 적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예컨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300억원) 이상이면서 시총 기준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가한다. 홍콩거래소가 정기적으로 지정 종목을 점검하고 변경한다.
앞서 정치권과 금융감독원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안을 완전히 풀지 않으면서 주식 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유출과 종목별 수급 양극화가 우려되고 있다. 외국계 평가에 따라 공매도 금지 상시 국가로 분류될 경우 투자의 자유를 강조하는 외국인이 글로벌 투자금 중 한국 내 비중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금융시장 안정화를 거론하며 공매도 재개를 권고한 측면을 고려하면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외국계 자금 유출을 촉발해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로서는 자본시장 정상화라는 명분과 주가 상승이라는 실리 모두를 잃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2000조원이 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 여부가 가장 큰 문제다. MSCI EM 지수 추종 자금 가운데 한국 비중은 13.4%인 약 35조3700억원이다. MSCI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자유로운 투자 제약을 이유로 이 비중을 1%포인트만 축소해도 하루 만에 약 3조원의 순매도로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보유 비중이 30% 정도로 높은 편이고 이들은 자본시장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제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제기한 데다 대부분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는 국제적 흐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희준 한국증권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시장에 신뢰를 주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 연기 조치는 그런 부분에서 아쉽다"며 "공매도 제도가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진영태 기자 /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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