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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으로 쌍커풀·코수술…모른채 공범되는 보험사기 [금융라운지]
입력 2021-01-31 14:28  | 수정 2021-01-31 15:22

#. 직장인 이 모씨(27)는 최근 친구가 실손의료보험 보장을 받아 코 수술을 100만원에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형외과 한 곳을 추천받았다. 병원에서 알아서 '비염수술'로 꾸며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코 수술을 100만원에 받도록 처리해준다는 것이다. 이 씨는 "조만간 병원에 상담을 하러 가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성형수술 수요가 높아지면서 실손보험을 이용해 쌍꺼풀이나 코수술 등을 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예뻐지려는 성형 수술을 '치료' 목적으로 꾸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서다. 이는 '보험사기'에 해당되지만 보험 가입자들은 병원의 말만 듣고 수술을 진행해 사실상 보험사기 '공범'이 되고있다.
실손보험은 성형 수술이라면 수술비를 보장해주지 않지만 치료 목적 수술의 경우 보험금을 준다. 예컨대 미용 목적의 쌍꺼풀 수술은 보장받을 수 없지만, 안검하수(눈꺼풀 처짐증)나 안검내반(속눈썹 눈찌름)으로 쌍꺼풀 수술을 한다면 보장받는 식이다. 코 성형수술을 비염 수술로 둔갑시켜 실손보험 청구도 가능하다. 실제 온라인 성형 커뮤니티 등에선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병원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상당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 성형 수술 흉터를 가릴 수 있어 성형 수요도 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코로나19 소비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9월 성형외과와 안과의 전년 동기대비 매출 증가액이 각각 10%, 2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렇게 보험사를 속여 실손보험을 타내는 것은 '보험사기'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최근 금감원은 인터넷에 보험사기 조장하는 게시물이 잇따르자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터넷에 검색되는 내용인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의료 이용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손해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금 지급액(손해액)은 7조4745억원으로 전년(6조7500억원)보다 10.7% 증가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감소하면서 손해액이 줄어들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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