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연기금 자금 위탁 노리는 KIC…운용사는 속앓이
입력 2021-01-31 13:02 

한국투자공사(KIC)가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화자금 외에도 연기금과 주요공제회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일부 운용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KIC는 연기금이 해외운용사에 투자하면서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KIC가 나서는 게 저비용고효율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운용사들은 정부기관이 민간시장에 뛰어들면 민간 운용사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KIC가 시장을 선점해버릴 경우 국내 운용사가 해외로 나갈 기회를 뺐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IC는 최근 지난연말 입법예고된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운용업계 의견취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의 핵심은 그간 정부와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화자금만 운용하는 KIC가 앞으로는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의 자금을 위탁받아 해외대체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교직원·노란우산·행정·군인·경찰·과학기술인·교정 등 국내 주요 공제회들의 전체 운용자금은 100조원에 달하고 해외부분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KIC측은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의 해외투자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해외투자의 어려움으로 현지운용사나 글로벌 유명 운용사에 고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보겠다는 취지다. KIC가 직접 자금을 위탁받아 투자하면 해외운용사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기존 KIC 네트워크를 활용해 알짜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KIC 관계자는 "연기금들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지만 딜소싱의 어려움과 해외운용사의 고비용은 부담거리"라며 "해외투자 네크워트를 가진 KIC가 연기금의 투자금을 활용할 경우 연기금이 불필요한 해외운용사를 통한 고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용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인 KIC가 민간투자시장에 침투할 경우 기존 사업자와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달러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세운 기관이 민간시장의 자금까지 끌어들일 경우 민간시장이 고사할 것"이라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한 뒤 업계반발로 무산됐던 건인데 21대 국회가 되자 재차 추진하는 것으로 일선업계에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발하는 중대형 운용사가 아닌 해외투자와는 상관없는 소형운용사의 찬성의견을 강조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KIC의 취지가 선의라고 해도 정부기관이 뛰어들면 기존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중소형 운용사는 운용경험을 살려 글로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IC 관계자는 "연기금 등 투자업계의 해외비용을 줄이고 좋은 투자처에 함께 투자하자는 취지로, 국내 운용사들과는 함께 펀드를 구성해 공동투자에 나서고, 수수료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운용사들과 경쟁하자는 취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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