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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돔구장 공약, 결국엔 ‘쩐의 전쟁’이다 [MK시선]
입력 2021-01-31 08:52 
신세계그룹은 산하 주식회사 이마트를 통한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 후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건설 중인 신세계그룹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 건축허가 용도에는 ‘운동시설’도 있다. 사진은 스타필드 청라 조감도.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21년 벽두부터 야구계에 핵폭탄이 터졌다.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다. 같은 대기업이지만 재계 서열에서 앞선 SK그룹을 상대로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인수에 나섰다는 것은 기존 야구계 상식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강한 인수 의지는 결국 SK그룹의 매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제 인수·매각 발표가 나온지 일주일 정도 흐른 시점에서 충격파는 해소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던진 여러 공약이 부각되고 있다. ‘돔구장 건설이 가장 도드라진다.
공식적으로 지난 26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와이번스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에 1352억8000만 원을 지불하고 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1000억 원은 주식, 나머지 352억8000만 원은 야구연습장 및 부동산 등에 대한 비용이다.
신세계 측은 SK야구단을 인수하면서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야구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팬과 지역사회,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신세계가 내건 공약이 현실화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에는 ‘돈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반 경기장과 달리 천장이 닫혀있는 돔구장은 날씨에 상관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팬들 역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옥외경기장 건설비용의 2~3배에 달하는 건설비용이나 완공 후 유지비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숱한 돔구장 공약이 있었지만, 현존하는 돔구장은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이다. 2000년대 후반 추진됐던 안산돔이나, 10구단 kt위즈 창단 조건으로 건 서수원 돔구장 건립 등도 백지화된지 오래다. 여기에 부산시장 선거 때마다 나오는 돔구장 공약은 부산시민들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웃는 실정이다. 그만큼 현실화하기 어려운 게 돔구장이다.
다만 신세계는 어느 정도 대안을 마련한 뒤 돔구장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신세계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를 건설 중이다. 스타필드 청라는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 6-14 일대 16만3천㎡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4층, 연면적 50만4천㎡ 규모로 건립돼 쇼핑·문화·레저·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특히 지난해 4월 받은 건축허가 용도에는 ‘운동시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차적으로도 그렇고, 부지의 크기를 봤을 때 돔구장 건립은 가능하다.

물론 건설비용과 향후 유지비는 쟁점이 될 수 있다. 고척스카이돔의 공사비용이 2400억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며, 이보다는 건설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신세계가 생각하는 규모는 1만7000명 입장만 가능해 ‘반쪽이라는 고척스카이돔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쇼핑몰과 연계한다는 계획이기에 규모와 건설비는 배 이상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복합쇼핑몰과 연계한다면 유지비 측면은 해소가 가능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어질 염려가 없다. 더구나 돔구장 시설을 공연 등 엔터테이먼트 관련 콘텐츠로 활용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행정적인 절차도 걸림돌이다. 국내에서는 경기장을 일반 기업체가 소유하기 어려운 구조다. 비업무부동산에는 중과세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경기장 등 체육시설 등은 건립 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체납하는 게 관행이다.
더욱이 새로운 돔구장 건립에 대해 인천광역시와의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인천에는 놀고 있는 체육시설이 너무 많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인 아시아드도 체육시설보다는 예식장 등으로만 활용하는 실정이다. 이는 SK행복드림구장(문학야구장) 옆에 있는 문학경기장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도 숭의동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옮기진 오래됐다. 또 남동체육관 등 활용하지 못하는 시설이 많다. 인천광역시로서는 놀고 있는 체육시설이 골칫거린데, 돔구장이 건립된다면 그나마 쓸만한 문학야구장도 놀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돈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돔구장 건립이다. 이미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현실화되지 못한 돔구장이 수두룩하다. 신세계그룹의 돔구장 공약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돔구장 건립이 괜히 ‘쩐의 전쟁이 아닌 이유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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