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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쉽니다" 초라해진 유희관-이용찬의 차가운 현실
입력 2021-01-29 17:02  | 수정 2021-01-29 17:12
이용찬(왼쪽)과 유희관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도 계약에 이르지 못해 씁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주말은 쉽니다."
시내 음식점 간판 옆에 붙은 안내문이 아니다. FA 투수 유희관(35) 이용찬(32)과 협상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이야기다.
둘은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월에나 다시 보자"가 마지막 인사였다. 주말엔 협상팀이 쉬는 날이다. 협상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주말에는 협상 계획이 없다. 구단의 최종안은 이미 전달된 상황이다. 2월이 돼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씁쓸해진 둘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FA 자격을 얻은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계약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결국 마지노선인 1월 말까지 밀렸다.
2월1일자로 계약이 되지 않은 선수들은 연봉을 받지 못한다. 미계약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1월 안에는 계약을 완료하려는 것이 선수나 구단의 공통된 입장이다.
아직 어찌될지는 알 수 없지만 KIA가 토요일인 30일을 메이저리그 도전 마감 기한으로 잡고 온 구단이 다 대기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유희관은 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역사상 최다승(97승) 투수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계약 조건은 제시받지 못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 계속 떨어지는 평균 자책점, 부진했던 지난 2년간 성적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에 발목이 잡힌 케이스다.
한 때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했던 그다. 그만큼 팀 내 위상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이미 당시 연봉으로 치렀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다.
이용찬은 5월 중 복귀를 자신하고 있지만 추운 국내에서 이뤄지는 재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두산은 보고 있다. 복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두려고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용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협상이 잘 진행될 거란 보장도 없다. 선수들이 백기를 들기 전에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적다.
이미 두 선수가 제외된 1군 캠프 명단이 발표된 두산이다. 그렇다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 새로운 활로를 찾을 생각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타 구단의 오퍼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두산 뿐이다. 두산은 그 점을 철저하게 활용하고 있다.
유희관과 이용찬의 계약이 시급했다면 주말이건 뭐건 전 직원이 출근해 비상 대기를 하고 협상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주말 동안 두산 사무실엔 고요만이 흐를 예정이다.
갑자기 선수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는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좋은 마무리 뿐이다. 어떻게든 감정을 최소한으로 상한 채로 협상이 마감돼야 한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구단도 앞으로 함께 할 선수들이라면 보다 정성을 보일 필요는 있다.
어찌됐건 현실은 마감을 눈 앞에 두고 미리 셔터가 내려져버린 상태다. 양측의 입장이 모두 고려 된 묘안을 찾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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