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의 '미북 정상회담 제안' 안 통한다" 美외교가 우려의 목소리 [레이더P]
입력 2021-01-22 14:03 
최종현학술원과 美CSIS가 공동주최한 `바이든 시대와 한반도` 화상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 = 최종현학술원]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 급진적 정책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먼저 미국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중국 관련 대응에 대한 파트너부터 돼야 합니다."
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조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바이든 행정부와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미국 외교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최종현학술원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합동으로 주최한 '바이든 시대와 한반도' 화상세미나에 참가한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은 "청와대는 더 회복력 있게 아시아 제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식으로 미국에게 다가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팬데믹 등 엄청난 수의 의제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이 이러한 두꺼운 의제들을 뚫어내고 한미동맹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축(린치핀)이란 것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린 부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대화 필요성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너무 밀어붙여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며 "한미 관계도 그래서 잘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핵안보 문제 등 의제를 잘 제안해 한반도 문제를 오바마 대통령이 챙겨야 할 것 중 하나에 속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한국은 북한에 너무 사로잡혀(preoccupied)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문제가 긴급하지만 과연 그것이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내년, 앞으로 2년 간의 계획이 아니라 추후 30년 간 한미동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미국과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동맹은 방위비 분담금, 북한 대응 등 전술적 대응에만 집중해왔다"며 "코로나19, 중국의 경제적 부상 등의 도전이 더 복잡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의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당분간은 '관리모드'가 북한에 대한 대응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쿼드(대중 견제 안보협의체)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 동맹국과 우호국 사이에서 마련돼야 하고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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