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송업체 뿔났다…"엘베 못쓰는 고층아파트는 배송비 더내라"
입력 2021-01-22 10:41  | 수정 2021-01-22 14:49
배송대행 플랫폼 업체 라이더 2019. 11. 27 [매경DB]

서울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음식 배달원에게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게하는 등 까다로운 배달 조건을 내걸었다가 추가 배달료를 물게 됐다, 입주자들은 "고층 아파트에 사는 게 죄냐"며 배달원들의 을(乙)질이라고 반박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는 지난 18일부터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A 아파트의 배달비를 2000원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생각대로는 "A 아파트 경비업체가 기사들에게 오토바이를 밖에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게 하고, 신분증을 맡기고 화물 엘리베이터만 이용하게 하고 있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경쟁 배달대행업체도 최근 기존 1000원이던 할증비를 200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각대로의 A 아파트 배달 할증 안내문. [사진= 독자 제공]
고층 아파트의 오토바이 진입을 막고, 출입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배달원들이 배달을 꺼려해 배달비를 인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A 아파트 입주민들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음식 주문 시 배달원에게 현장결제로 2000원의 할증료를 부담하고 있다. 주문자가 이를 거절하면 음식점 사업주가 배달원에게 할증료를 내야한다. 생각대로 측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배달앱 안내문구에 할증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 트리마제도 1000원 할증

최고 49층 높이의 A 아파트는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고가 주상복합 빌딩이다. 배달업체가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 추가 할증료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배달앱 음식점들은 A 아파트 인근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 스타시티, 워커힐호텔에도 1000원 가량의 할증료가 붙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라이더는 "지하주차장만 이용할 수 있어 길을 헤매는 곳은 있지만, 오토바이 진입을 아예 막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며 "여기에 화물 엘리베이터만 사용하도록 하는 건 갑질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고층 아파트를 한 번 다녀오면 기본 20분 이상이 소요되는데, 추가 할증료를 못 받으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음식점이 안내한 고층 빌딩 배달 추가 할증. [사진 출처 = 배달의민족]

◆ "택시 승차거부냐" 반발

반면 고층 건물 입주민들은 추가 할증료가 배달업체의 '을질'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성동구 최고 42층 높이의 S 아파트에 거주하는 양 모(43)씨는 "거리가 멀다고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최근 안전 문제 때문에 지상차를 막는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추가 배달 할증료를 요구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경우 로비에서 배달원이 음식을 전달하면, 직원이 집 앞에까지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국 배달을 할지 말지 선택은 고층 빌딩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달려있다"며 "다른 아파트들과 달리 오토바이 진입을 막고, 화물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게 하는 등 현재 조건을 유지한다면 이에 상승하는 노동의 대가를 배달원에게 지불하는 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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