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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찬란한 내 인생' 원기준 "기차반=개차반, 욕 먹어도 흐뭇"
입력 2021-01-22 06:59 
`찬란한 내 인생`에서 기차반으로 열연한 원기준은 "욕을 먹어도 흐뭇했다"고 말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기자]
"기차반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흐뭇했어요. 6개월 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8일 종영한 MBC 저녁 일일드라마 '찬란한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남편 기차반 역을 열연한 배우 원기준(47)은 종영 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후련한 마음으로 작품을 돌아봤다.
원기준은 "지난해 5월 처음 모였다. 촬영은 7개월 정도 진행됐다"면서 "기차반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개차반'이었다.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욕을 많이 먹어야 박복희(심이영 분)가 돋보이고 더 찬란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댓글을 보면 욕이 참 많더라. 그걸 보면서 흐뭇했다. 욕을 먹어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아이러니하게 욕을 먹는게 싫기도 하면서 좋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원기준이 맡은 기차반은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외도를 하면서도 아내에게는 식구들을 부양하라고 요구하는 뻔뻔한 인물. 또 줄곧 이혼해달라고 하더니 막상 이혼한 뒤에는 결혼을 하는 전처에게 "나와 바람피우자"고 말하는 상식밖의 캐릭터다.
원기준은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하고 후회하는 인물이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순간을 참지 못하고 말을 뱉고는 자기합리화 한다. 제 생각엔 모든 사람들이 기차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절제해서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고 기차반은 절제를 못하는 것뿐"이라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결혼이 굉장히 큰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가벼워지지 않았나. 이를 대표하는 것이 기차반"이라면서 "박복희와 결혼한 뒤 지혜를 만나 진실된 사랑이라고 느꼈는데 나중에 보니 박복희가 진짜 소중한 사람인거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떠난 뒤에야 알게 된 거다. 기차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기차반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찬란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원기준은 또 "'왜 이런 역할만 하나'라는 댓글을 봤다"면서 "실은 이런 역할이 인생 처음이다. 그만큼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원기준은 일일드라마 명장면으로 지금도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일명 '김치 싸대기'의 주인공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케이크 싸대기'를 맞으며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원기준은 "바람핀 내연녀의 이름이 들어간 케이크를 본 아내가 남편에게 집어던진 것"이라면서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연출된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뭘 던지거나 물을 뿌릴 때 피하면 재미없다. 이걸 잘 맞아줘야 시청자들도 통쾌한 기분이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기준은 전작에서 변호사, 기업가, 의사, 왕자 등 멋진 모습을 연기했다. 틀을 깨고 코믹한 이미지의 기차반을 선뜻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기준은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제가 만약 장시경 역을 연기했다면 그건 도전이 아니었을 거예요. 멋진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을 위하는 바른 사나이, 굴곡 없는 무난한 주인공은 해봤어요. 안 해본 캐릭터라 기차반에 끌리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보면 '이게 뭐지?'하고 신기해서 자꾸 만져보는 것처럼 기차반은 배우 원기준에게 새로운 장난감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였어요."
원기준은 기차반 역을 위해 헤어스타일에서 패션까지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사진| 강영국 기자

원기준은 기차반으로 변신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원기준의 인생 첫 베이비펌부터 헐렁한 옷까지 하나하나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원기준은 "기차반은 표준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뭘 하던지 새로운 캐릭터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여줄지 노력을 했다. 말투와 행동도 가벼워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하고 옷도 우너색적이고 강력하면서 헐렁한 것을 입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으로는 어지러운 정신세계를, 의상 색깔로는 기차반의 욕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기차반이 자유로운 영혼인 만큼 원기준은 '망아지 같은' 기차반의 행동을 자기 합리화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원기준은 "누가 봐도 나쁜 짓인데 본인 스스로는 합리화를 하는 인물이다. 사람 원기준은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 이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조금 힘들더라"고 말했다.
원기준은 또 함께 호흡을 맞췄던 심이영에 대해 "참 진실된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어 "진짜 기차반에 분풀이하는 듯이 몰입해서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연기할 때 진심을 다한다. 합이 좋다"고 덧붙였다. 또 고상아 역을 맡았던 진예솔에 대해서는 "고상아로서 에너지를 주면 그걸 받기만 하면 됐을 정도다. 칭찬하고 싶은 배우"라면서 "액션에 진심이 담겼다"고 추켜세웠다.
원기준은 또 '찬란한 내 인생'이 시청률 8.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종영한 것과 지난해 7.7%를 기록하며 2020년 방송된 M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언급하며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과 감독님, 작가님이 열심히 노력한 덕"이라면서 공을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에 미뤘다.
이어 "대본상으로 보면 제가 몇 신 안나온다. 어떤 회차에는 아예 빠지기도 하고 한 신만 나오기도 할 정도로 분량이 많지 않다. 그런데 제가 많이 나온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제가 그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는 말 같아서 참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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