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얀색 화장 강요"…베를린 흑인 무용가, 인종차별 폭로
입력 2021-01-19 17:10  | 수정 2021-01-26 18:03

독일 베를린 슈타츠발레단의 흑인 무용가가 인종차별을 폭로하면서 발레단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오늘(현지시간 19일) AFP 통신과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슈타츠발레단 소속의 여성 무용가 클로에 로페스-고메스(29)는 최근 발레단에서 받은 인종차별 사례들을 폭로하면서 법적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로페스-고메스는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단에서 수학했고, 2018년부터 슈타츠발레단에 첫 흑인 무용가로 입단했습니다.

로페스-고메스는 슈타츠발레단에서 초창기부터 상사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메스는 "당시 작품 '백조의 호수' 리허설에서 6명의 신인 멤버가 있었는데 모든 지적은 나에게만 향했다"고 말했습니다.

상사는 고메스에게 "너는 흑인이기 때문에 줄 속에 있지 않을 경우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피부색 때문에 눈에 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메스는 실력으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연습에 매달렸지만 발을 다쳐 8개월간 쉬어야 했습니다. 더구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항우울제를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복귀 후인 지난해 2월, 고메스는 발레단으로부터 하얀색 화장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로페스-고메스는 AFP 통신에 "피부를 밝게 하는 것은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발레단 관계자가 하얀색 베일을 나눠주면서 자신에게 "'베일은 흰색이고 너는 흑인이라 줄 수 없다'며 웃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오는 7월 발레단과 계약이 끝나는 로페스-고메스는 연장 계약안을 제시받지 못했습니다.

발레단의 크리스티안 테오발트 감독은 AFP 통신에 "우리는 30개 국적자를 고용한 다양성 때문에 일상적으로 인종차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테오발트 감독은 흑인 예술가에게 하얀색 화장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발레단은 지난해 12월 차별과 인종주의에 대한 내부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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