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커지는 '중화 제국주의' 우려..."역사적 왜곡 지나쳐"
입력 2021-01-19 16:02  | 수정 2021-04-19 16:05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육 국가로, 한반도 평화 전진을 위해서 협력해 나가야 될 관계라고 강조했는데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녹록치가 않습니다.

한복에 김치, 쌈까지?…유튜버 계약 해지도
구독자 531만 명의 먹방 유튜버 '햄지'는 최근 중국플랫폼 활동을 돕던 회사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햄지가 설명한 전말은 이렇습니다.

몇 달 전 올린 우렁쌈밥 영상에 한 네티즌이 "아 이거 보니까 또 열받네 중국놈들이 이젠 쌈도 지네 전통문화라고 하고있던데"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햄지가 이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중국 웨이보에서 논란이 되면서 사과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네티즌이 말한 쌈 문제는 구독자 681만 명의 중국 유튜버 '전서소가'가 지난해 11월 올린 '고목 호두, 백년에 거쳐 머금어진 과실의 향'이라는 영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조회수 330만 회를 넘는 이 영상에서 전서소가는 집 마당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습니다.

상추에 고기와 마늘, 고추를 올려 먹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한국식 쌈인데, 차이점이라면 쌈을 베어물어 먹었다는 정도입니다.

문제는 전서소가의 영상이 주로 중국의 전원풍경을 그리며 중국 전통 요리를 소개해왔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중국이 쌈마저 자기네 전통문화로 가로채려 한다'는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죠.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에서 촉발된 한복 논란과 환구시보의 '파오차이' 보도에서 비롯된 '김치공정'까지,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유튜버 햄지는 '김치공정' 논란과 관련해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하여 김치를 중국음식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중국 활동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서경덕, NYT에 '김치광고' 게재
이런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미주판 A섹션 5면과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 5면에 김치에 대한 광고를 실었습니다.

제목은 '한국의 김치, 세계인을 위한 것'으로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한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광고에서는 김치가 "현재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발효식품으로 자리매김 했고, 한국의 김치는 전 세계인의 것이 됐다"고 강조했는데요.

서 교수는 본인의 SNS에 "최근 중국의 어이없는 '김치공정'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보단, 김치에 관한 정확한 '팩트'를 간결하게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김치에 관한 문화와 역사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다국어 시리즈 영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김치공정 대응에 가세하고 나섰습니다.

본인 SNS에 올린 글에서 "유튜버 햄지의 소신 발언을 응원합니다"라면서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일종의 '문화 보복'"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문화 보복, 경제 보복을 해 오면, 우리 역시 가만히 두고만 볼 순 없다"며 "필요하다면 국제적인 대응까지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강한 중국' 추구…전방위적 논란 가능성
나 전 의원의 말은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중국의 이른바 '문화공정'에 대한 대응이, 네티즌간 감정싸움을 넘어 정치적 차원으로 실체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나리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부 조교수는 지난 7일 발간한 '공공외교 관점에서 본 코로나19 정세 하 중국의 보건외교' 자료에서 "최근 중국 정부는 강하고 유능한 중국의 이미지를 투사해 내부 역량 결집을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 "2021년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앞두고, 사회주의 정치철학과 공산당 지배의 정당성에 대한 강조는 점차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내부 역량 결집을 위한 민족주의·애국주의 정서를 더욱 고취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이 역사·영토·전통문화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했던 '동북공정'이 떠오릅니다.

한국 ‘속국 전락 우려 존재”
이 같은 맥락에서 김종학 외교안보연구소 외교사연구센터 책임교수가 지난 8일 발간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는가? : 한중관계사 속에서 ‘속국의 의미'라는 자료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주도할 경우, 전근대 중화질서가 부활하고 한국은 다시 그 '속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2017년 4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견 후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한 사실을 언급했죠.

김 교수에 따르면 ‘속국의 개념은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일반적으로 가리키던 ‘조공국, 즉 내정과 외교에 자주성을 가진 ‘자주국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다가 1880년대에 이르러 근대 국제법적 의미에서 ‘속국, 즉 불완전 주권을 갖는 ‘종속국을 의미하게 되는데, 이는 중국의 일방적인 재해석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속국 개념의 변화가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일방적 주장으로서 역사적 사실의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연구를 통해 1927년에 완성한 청나라 역사서 ‘청사고를 기초로, 청나라 역사를 담아내는 ‘국가청사편찬공정을 2003년부터 벌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 국가 주도의 대형 역사 편수 작업은 곧 완성을 앞두고 있다”면서 한중 간 역사해석을 둘러싼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므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중간 과거 ‘동북공정부터 최근의 ‘김치공정에 이어 앞으로 ‘역사공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입니다.

한중 관계의 미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18일)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방한 추진 의사를 밝히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화 대변인은 "정상 외교는 고위급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양국관계 발전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고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정상의 전략에 따라 상호 신뢰와 우호를 증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중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보다 효과적으로 증진되기 위해서라도, 문화와 역사를 둘러싼 갈등이 외교관계의 걸림돌로 불거지지 않도록 양국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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