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모래알 개인주의 LG? 그들은 이미 '원팀'이 되어 있다
입력 2021-01-19 11:04  | 수정 2021-01-19 12:56
경기 전 덕아웃에 늘어서 있는 LG 선수들의 배트. 사진=MK스포츠 DB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류지현 LG 감독은 최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LG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모래알 같다거나 개인성향이 강하다거나 하는 것들을 불식시키는 것이 제가 할 일 중 하나일 겁니다."
LG는 오랜 시간동안 개인주의 이미지가 강한 팀으로 꼽혔다.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팀으로서 개성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잘못 읽히며 오해를 샀던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LG는 이미 '원팀'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방망이 돌려쓰기'다. LG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방망이를 함께 쓰고 있다. 2년 전 작성했던 기사에는 그들의 속 마음이 잘 녹아들어 있다. 다음은 2년 전 기사 발췌 내용.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뛰었던 LG 김민성은 팀을 옮긴 뒤 가장 놀랐던 일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배트를 네거 내거 없이 다들 돌려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에서 지급 받는 쿠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배트도 있지만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재질의 배트를 쓰기 위해 추가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입 고가 배트는 30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배트에 대한 애정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A급 선수들은 자신에게 맞춤형 배트를 주문해서 쓰기도 한다. 배트를 돌려 쓴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민성은 "LG 선수들은 누가 구입한 배트인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놓여 있는 배트 중 손에 맞는다 싶으면 그 선수가 주인이 된다. 사례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말로 끝낸다. 다른 팀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라고 말했다.
LG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여유있는 주축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방망이를 내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채은성은 "연봉이 적어 배트 구입에 부담을 느끼던 시절 선배들이 자신의 배트를 선뜻 내주며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선배들이 쓰는 배트는 질이 확실히 달랐다. 그런 배트들을 쓰면서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후배들에게 좋은 배트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아끼던 배트라도 후배들이 쓰겠다고 하면 선뜻 내준다. 다른 팀이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LG는 배트를 함께 쓰는 것이 오래된 문화다. 고가의 배트를 구입했을 때 후배들에게 먼저 써 보게 할 정도다. 그 배트가 후배의 손에 잘 맞으면 그 후배가 쓰게 된다. 좋은 선배들이 좋은 전통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망이 돌려 쓰기는 이처럼 이제 LG의 전통이 됐다. 그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싸우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모래알 같다는 지적은 LG가 성적을 내지 못하며 생긴 편견일 뿐이다. LG는 LG만의 방식으로 '원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팀의 맏형으로 뛰다 은퇴한 박용택은 홈런을 친 뒤 덩실 덩실 춤을 춰 화제가 되자 "(김)현수가 주장으로서 여러 분위기를 잘 맞춰주고 있다. 요즘은 어린 후배들이 옛날처럼 선배의 눈치를 안 본다. 나도 분위기를 잘 맞추려면 이 나이에 탈춤을 춰야 한다"라며 웃었다.
LG가 이제 LG만의 색깔로 하나로 뭉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였다. 더 이상 LG와 모래알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