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정규직 두 번 울리는 '편법 고용'
입력 2009-07-03 00:18  | 수정 2009-07-03 08:11
【 앵커멘트 】
직원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 근로자인 기업, 들어보셨습니까?
게다가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사연인지 윤호진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기자 】
충청남도 서산에 있는 기아자동차의 한 하청업체입니다.

지난 2004년부터 기아차의 소형승용차 '모닝'을 전량 생산해 온 이 업체는 전체 직원 천여 명 가운데 90%가 1년 단위로 계약되는 비정규직 근로자입니다.

올해 서른 살의 박병선 씨 역시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이 곳 동희오토에서 일했습니다.

지난 2006년 입사해 3년 4개월을 몸담았지만, 해고 근로자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비정규직법 시행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해고 통지를 받았습니다.

▶ 인터뷰 : 박병선 / 동희오토 전 직원 (6월30일 해고)
- "작년 12월쯤부터 제가 (해고 근로자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면담을 계속 들어가게 됐어요. 조반장, 사장, 소장 이렇게 다 들어가게 됐는데, 이유인즉슨 '밖의 해고자들 왜 만나고 다니느냐' 그거에요."

그러나 부당한 해고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박 씨를 고용했던 동희오토의 하청업체가 폐업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박병선 / 동희오토 전 직원 (6월30일 해고)
- "7월 1일 '난 해고당할 이유가 없다' 하고 회사를 출근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문을 걸어 잠그고, 저를 출입 못 하게 아예 걸어 잠그고…."

동희오토에는 모두 16개의 크고 작은 하청업체들이 있는데, 동희오토 생산직은 이 하청업체에 고용된 뒤 일하는 이른바 '간접 고용 비정규직' 근로자입니다.

동희오토가 직접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는 일하던 직장에 항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 스탠딩 : 윤호진 / 기자
-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편법 고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동희오토의 고용 형태를 본뜬 제2,제3의 동희오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산에 있는 이 자동차 부품 회사 역시 생산직 근로자 100%를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최진일 / 금속노조 선전부장
-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원청은 책임을 지지 않고, 동희오토와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동희오토가 생긴 이후 1, 2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동희오토 해고 근로자들은 오늘도 서산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근로자를 '원가 상승 요인'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애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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