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동학개미의 분노 "힘들게 주가 올렸는데…정부가 공매도 찬물"
입력 2021-01-12 17:18  | 수정 2021-01-12 18:36
◆ 숨고르는 코스피 ◆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가 3월에 다시 허용되면 증시에 악재입니다. 유동성 장세에서 동학개미들이 주가를 올려놨더니 금융당국에서 끌어내리는 형국입니다."
20년째 주식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40대 개인투자자 이상규 씨(가명)는 12일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며칠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불붙었던 코스피가 이날 공교롭게도 조정받는 바람에 금융당국을 향한 불만의 강도가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오는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지난 11일 저녁 공지 문자를 통해 밝혔다.
공매도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증시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인터넷 포털에서는 공매도가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다. 개인들이 투자에 참고하는 유튜브 증권 정보 방송에서도 공매도 재개에 따른 종목별 수급 불안을 우려하는 진단이 대세를 이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매도는 오늘 주가 폭락의 주범' '주식시장 이제는 끝물인 듯' '공매도 금지가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 등 개인투자자 불평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우려를 표명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개된다면 시장의 혼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공매도 재개 강행에 신중하길 재차 요구한다"며 "금융위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적으로 손질했다고 하지만 현재 공매도 제도는 불법 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가 발표됐지만 결국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다시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3월 매도 쇼크'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전격 발표됐던 지난해 3월 13일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조1800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작년 초 3400억원 수준에 머물다가 증시 폭락 시기와 맞물려 1조원대로 불어났던 것이다. 공매도가 허용되면 1년간 억눌렸던 매도 세력이 다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심리 위축과 차익매물 실현 등을 동반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동학개미들은 작년 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요구했고 8만여 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개인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계만 기자 / 최예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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