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학기 등록금 `0원` 파격 제안에도…지방대 `정원 미달` 속출
입력 2021-01-12 16:35  | 수정 2021-01-13 16:35

대입 경쟁률 하락보다 더 큰 '정원 미달' 충격이 지방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모든 대학들이 2021학년도 대입에서 신입생 충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지역 대학 중에선 현금 투척 이벤트에도 학생을 모으지 못해 비상이 걸린 경우가 뚜렷하다.
대학 관계자들은 서울 등 주요 대학으로의 지원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지방 대학의 존폐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일조했던 외국인 유학생도 코로나19 여파로 사라진지 오래여서 당분간 지역 곳곳에선 대학 초토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진학사가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기준 최종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평균 경쟁률(정원 내 기준)은 5.02대 1로 전년도(5.53대 1)보다 떨어졌다.
이 중 서울대(3.82대 1) 숙명여대(4.02대 1) 한국외대(5.58대 1)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학들은 전년 대비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다. 고려대(안암)는 4.37대 1에서 3.85대 1로, 연세대(서울)는 4.60대 1에서 3.93대 1로 각각 낮아졌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상위권 대학의 지원율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며 "2020학년도에 이어 올해도 학령인구감소에 따라 지원자풀이 크게 감소한 것이 지원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였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역 대학들이다. 서울권 대학들은 대체로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서며 향후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방 대학은 반대로 평균 경쟁률이 3대 1이 되지 않는 곳들이 많아 향후 2월 추가 모집 때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다.
보통 입시 업계에선 정시 평균 경쟁률이 3대 1이 되지 않을 경우 미달로 간주한다. 정시에선 가·나·다군에서 1곳 씩 총 3번의 원서를 쓸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중복합격한 학생이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까지 감안할 경우 경쟁률이 3대 1은 넘어야 충원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이러한 추세는 중위권 대학, 지방 소재 대학으로 갈수록 정시 경쟁률 하락이 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아예 정원수보다도 적은 인원이 지원해 0.X대 1을 기록한 지역 대학도 눈에 띈다.
일례로 부산 A사립대학은 이번 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나군 합계 총 314명 모집에 459명이 지원해 1.46대 1을 기록했는데, 다수 학과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A대 가군 일반학생전형 기준 노인복지보건학과가 17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0.35대 1을 기록했다. 병원경영학과(0.73대 1) 환경행정학과(0.56대 1) 사회복지상담학과(0.75대 1) 등도 미달 상황이 빚어졌다.
이 대학은 이번 정시모집에서 최초합격한 수험생과 후보합격자 전원에게 첫 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추가 모집에서 정원을 메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구의 B사립대학도 정시모집 최초합격자 전원에게 장학금(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을 주는 이벤트를 벌이며 학생 붙잡기에 안간힘이다. 이번 정시모집 결과 B대학에선 가군 일반전형 내 수리빅데이터학부(0.69대 1)와 화학과(0.85대 1) 산림자원학과(0.84대 1) 등이 미달됐다. 경쟁률이 1대 1로 향후 중복합격자 이탈에 따른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과도 여럿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학은 재정난 완화에 큰 일조를 해왔던 외국인 유학생까지 급감한 터라 학교 운영에 큰 타격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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