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기척] MZ세대는 왜 브이로그를 찍을까?
입력 2021-01-12 08:00 
스터디 브이로그 / 사진=유튜브 채널 '오지'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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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람 설정까지."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브이로그'는 요즘 유튜브에서 '핫'한 콘텐츠 중 하나죠. 공부, 연애, 먹방 등 누군가의 일상을 브이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브이로그를 가장 많이 찍고, 제일 많이 보는 이들은 이른바 'MZ세대'입니다. 그들은 왜 브이로그를 찍을까요? 브이로그에 푹 빠진 유명 유튜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을 감안해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 "카메라 앞에서 공부한 뒤 학원 관뒀죠"

혹시 '스마트폰으로 무슨 공부를 해?' 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다릅니다. MZ세대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공부 과정을 촬영해 콘텐츠화 시킵니다. 바로 '스터디 브이로그'입니다.

"열심히 공부한 모습을 나중에 직접 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습니다."

16살 유튜버 '요우'도 공부 브이로그 채널 운영자 중 한 명입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어 브이로그를 찍기 시작했다던 그는 "채널을 만든 이후부터 학원을 일절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카메라를 켜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게 된 것입니다. 요우는 "학원보단 '자기주도 학습법'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생인 유튜버 '오지'는 "유튜브를 하는 게 학업에 방해가 아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스터디 브이로그를 찍어 올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오히려 영상을 찍으면 공부를 더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순공(순수공부) 시간'을 영상을 경쟁하듯 기록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터디 윗 미(study with me)'라는 수식어를 붙여 실시간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MZ세대 중에서는 펜과 노트북보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공부법이 더 익숙한 이들도 많습니다. 오지는 "요즘은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필기를 하고 수업도 인터넷 강의나 실시간 영상을 이용해 많이 공부한다"며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커플 브이로그 / 사진=유튜브 채널 '조이차니' 영상 캡처

▲ 국제커플 공항 재회 영상, 무려 166만 뷰

사랑에 빠진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영화를 보고, 데이트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온라인상에 기록하는 겁니다. SNS 소통에 익숙한 MZ세대는 지구 반대편에서의 연애도 문제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사랑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28살 유튜버 조이는 구독자 11만 명의 국제커플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조이는 영국인 남자친구 차니와 함께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4년 째 장거리 연애 중이라는 그들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데이트하는 모습을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합니다.

그중에서도 5개월 만에 세부에서 재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166만 회를 넘었습니다. 공항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끌어안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공항에서 안아줄 때 울컥했다', '눈치 보지 않고 원 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부럽다', '많은 공감이 된다' 등 다양한 댓글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영어로 대화하지만, 브이로그 자막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국가의 구독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이는 "예전에는 개인의 연애사를 드러내지 않는 게 미덕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형태와 인종, 국경, 성별 등을 뛰어넘는 많은 분들의 사랑 이야기가 주목받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교사 브이로그 / 사진=유튜브 채널 '하은쌤' 영상 캡처

▲ 공무원도 유튜버 변신? "와이낫"

코로나 19 확산으로 교실에 홀로 남은 교사들. 하지만 유튜버로 변신한 이후부터 그들은 학생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수업 준비부터 개인 고민까지, '교사 브이로그'에서는 교직 생활의 민낯을 낱낱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 일상을 통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울 모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3년차 영어교사 26살 강하은 씨는 학교생활 모습을 담은 브이로그와 임용고시 수험생들을 위한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브이로그는 카메라를 의식해서라도 더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며 "보시는 분들께는 꿈과 희망이 될 수도 있고, 또 모두 어려운 요즘 같은 때 우리네 삶이 다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서먹한 위로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통상 공무원은 겸업이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는 어떻게 유튜브를 할 수 있을까요?

강하은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일정 기준치를 넘어 수익창출모드로 계정을 전환한 경우, 학교장의 겸직허가를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겸직 허가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업무에 지장은 없는지 등의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합니다. 겸직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 몇 가지 조건 아래 유튜브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사 브이로그를 찍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강하은 씨는 "브이로그에는 좋은 면만 담기기가 쉽고, 어쩌면 교사 생활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다양한 고민들도 함께 올려보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학교의 일부만을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습니다.

유학생 브이로그 / 사진=유튜브 채널 '가흔하다' 영상 캡처

▲ "코로나 속 미국 유학 생활, 이런 모습"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요즘,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SNS를 통해 바다 건너 상황을 전달받기도 합니다.

"미국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미국 코넬 대학교에 재학 중인 만 21살 이가흔 씨는 미국 대학생활이 궁금한 사람들과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3월에 코로나19로 뉴욕에 있는 대학교가 문을 닫고, 기대하고 있던 인턴 계획도 취소되면서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방황을 많이 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친구들을 위해 콘텐츠를 올리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이로그를 찍은 이후 이가흔 씨는 조금 더 부지런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태해졌던 생활은 구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조금 달라졌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 바빠진 일상에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대학 생활부터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과 같은 특별한날 찍은 영상은 편집을 통해 더욱 감각적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는 "세상이 다시 건강해졌을 때 어떻게 이 시기를 버텨냈는지 다시 돌아보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26살 유튜버 '은꾸'는 한국과 미국의 젊은 세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SNS는 국경을 떠나 모든 젊은 세대가 즐겨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은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과 같은 플랫폼들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모두 SNS를 통해 소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미래에 관련된 정보들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브이로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은꾸는 "미국에서도 노래 플레이리스트나 하이킹 브이로그를 찍는 친구들도 있고, 유학 생활 브이로그를 찍는 친구들도 많다"며 "주변에 10명 중 5명 이상은 유튜브를 이미 시작했거나 계획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MZ세대에게 유튜브는 일종의 '청춘 기록'입니다. 꾸미거나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MZ세대의 기록들, '브이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유송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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