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영하 18도에 길 잃은 실종아동, CU가 골든타임 지켰다
입력 2021-01-11 11:11 
충북 청주 소재 CU 점포의 스태프 윤 모씨가 실종아동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지난 8일 오전 7시. 해가 이제 막 뜨기 시작하려는 어둑한 시간에 충북 청주의 한 CU 편의점으로 한 아이가 걸어 들어왔다.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아이는 외투 하나 걸치지 않은 탓에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야간 근무중이던 스태프 윤 모씨(59)는 아이를 보자마자 따뜻한 난로가 있는 카운터 안으로 들여 몸을 녹혔다. 시린 손을 연신 입김으로 녹이는 아이를 보며 본인이 입고 있던 외투도 벗어 덮어줬다.
몸이 얼고 길을 잃어 당황한 기색의 아이는 한동안 윤씨의 질문에 답이 없었다. 윤씨는 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아이를 다독였다.
긴장이 풀린 아이는 아침에 잠을 깨보니 엄마가 없어 집을 나왔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평소 부모와 함께 찾던 편의점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아이의 부모도 자취를 감춘 아이를 찾기 위해 애타게 동네 곳곳을 누볐다. 그러던 중 경찰의 연락을 받고 CU에서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충북 청주 소재 CU 점포의 스태프 윤 모씨가 실종아동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윤씨는 "연초부터 가슴 아픈 아이의 이야기가 계속 되어 한 명의 어른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던 중에 이번 일을 통해 어른들의 작은 관심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며 "앞으로도 우리 동네 모든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며 부모의 맘으로 주변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서울에서도 내복 차림으로 길을 잃은 아이를 한 시민이 발견하고 가까운 CU에서 보호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편의점이 '아동 보호소'로서 역할을 키우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 2018년 전국 점포 인프라를 활용해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 사회적 약자가 길을 잃었을 경우 이들을 보호하고 경찰이나 가족에게 인계하는 실종예방 신고 시스템 '아이CU'를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이 시스템을 통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간 사회적 약자의 수는 8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점포 근무자가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할 시 POS(계산단말기)를 통해 보다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 범죄 신고 기능을 추가하여 전방위적 아동 보호망을 구축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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