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경제, 죽겠다고 아우성인데"…시장도 부시장도 없다
입력 2021-01-09 11:02  | 수정 2021-01-16 11:06

부산시가 시장과 양 부시장이 모두 없는 초유의 '톱3' 공백 사태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루에 수십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민들은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일 부산시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해 4월 업무시간에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사퇴했다. 이후 변성완 행정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변 대행도 조만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4월 7일 치뤄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부산시 '넘버3'인 박성훈 경제부시장은 이미 사퇴했다. 박 부시장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 등 시정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부시장직을 사퇴하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고 말했다.
변 대행은 아직 공직 사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 달 설 연휴 전에는 공식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시장 보선의 공직사퇴 시한은 오는 3월 8일이지만 당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선 늦어도 2월 중에는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변 대행까지 사퇴하게 되면 새 시장의 임기가 시작되는 4월 8일까지 2개월 가량 시장과 양 부시장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된다. 기획조정실장이 '시장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되겠지만 시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행정·경제부시장 세 축으로 돌아가던 부산시정 중심축을 국가직 2급 공무원인 기획조정실장이 맡는건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보궐선거 때까지 시정 현안은 물론 코로나19 방역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공무원들은 "부산시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누가 임시로 이끌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해운대에 사는 이 모 씨(46)는 "시장도 부시장도 없는데 과연 부산시정을 누가 제대로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부산 경제는 엉망이고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시정은 나몰라라 하고 선거에 나서는 거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변 대행과 박 부시장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당이 서로 달라 벌써부터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단은 박 부시장 사퇴 바로 다음날인 6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 속에서 부산시 경제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경제부시장의 무책임한 행보에 부산시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부산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한 사실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시장은 국민의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국민의 힘 측에서 출마 요구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대행은 부인이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회 재선 의원을 지낸 이력 때문에 그동안 잠재적 민주당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올랐었다. 변 대행이 민주당 후보로 나올 경우 국민의힘 측에서도 시정 공백 등을 문제 삼아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내년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고 생각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 전 시장 사퇴로 치뤄지는 보궐선거라 정책 선거보다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부산시민들은 소모적인 갈등을 지켜봐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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