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면 코피가 잘 난다. 젊은 사람들은 코피가 나면 주변에서 '과도한 사랑' 때문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겨울철 코피는 코 속이 건조해져 사소한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한다. 알레르기 비염도 코피를 쏟게 하는 요인이다. 비염은 코점막에 생기는 염증 반응으로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간지러움을 유발하는데, 이들 증상이 악화될수록 코를 자주 만지게 되는데 이는 비점막을 자극하여 혈관에 상처를 유발, 잦은 코피로 이어질 수 있다.
조형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 속은 50% 정도의 습도에서 촉촉하게 유지되는데, 습도가 낮으면 코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딱지가 생기기 쉽다"며 "특히 실내공기가 건조해 코 속이 마르면, 가벼운 자극에도 점막이 벗겨질 수 있고 점막 아래 혈관이 노출돼 혈관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되어 코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코피의 약 90%는 비중격 전방의 모세혈관총에서 발생하며, 약 10%는 하비갑개의 후상부에서 출혈을 하는데 이는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을 가진 노인환자에게서 주로 관찰할 수 있다.
코의 앞 중심쪽 벽 부위에는 혈관이 모여있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코피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 부위를 흔히 '키젤바흐 부위(Kiesselbach's Area)'라고 부르며, 특히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후비다가 자극하기 아주 쉬운 위치에 있다. 또한 비중격만곡증(콧속 가운데를 둘로 나누는 뼈와 연골부분이 반듯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휘거나 돌출된 상태)과 같은 구조적인 이상이나 염증으로 인해 점막이 건조해지면 콧물이 증가해 코딱지를 만드는 것도 잦은 코피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민진영 교수는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비염으로 인해 코점막 혈관들이 손상을 받아 코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알레르기 피부 반응검사, 혈청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피는 고혈압, 복용 약물(아스피린, 항응고제 등)에 따라 빈번히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코피가 나면 이떻게 해야할 까?
대부분 코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별 생각없이 고개를 뒤로 젖히게 된다. 그러나 코피가 났을 때 가장 올바른 대처법은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것이다. 코피가 목 뒤로 넘어가면 속이 메스꺼워지거나 구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형주 교수는 "코피가 났을 때는 먼저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손으로 코를 압박해 5분동안 지혈해준다"며 "그 후 코안에 솜을 넣고 20분정도 있다가 코피가 멎었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민진영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는 코의 앞부분 점막에서 코피가 나기 때문에 양쪽 콧날개를 압박하면 자연스럽게 코피를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고 잘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환자는 간혹 코의 뒷부분에서 코피가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을 활용하여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 혈관의 전기소작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혈된 후, 비점막에 바르는 코전용 연고 등을 활용하면 반복적으로 코피가 나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가운데 코피가 심한 환자는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비만이 심한 사람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이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정하민 전공의와 김진국 교수(교신저자)는 12년 8개월간 코피로 입원한 환자 268명중 전방 비출혈이 아닌 13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출혈점이 코의 상부 비중격에 위치한 S-포인트(point)인 경우가 28.8%로 나타났다. 또한 체질량지수(BMI)가 낮거나 경증의 빈혈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S-포인트가 아닌 후방 출혈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환자에게서 흔하며 빈혈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부비동염 등 기저질환에 따른 출혈점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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