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헬스장사장님 반발 이유 있었네…매출 -68%↓"살 수가 없다"
입력 2021-01-07 15:31  | 수정 2021-01-07 16:59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실내체육시설업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0.1.7 .김호영기자

"버티고 버티다 결국 폐업합니다"
국내 자영업자·소상공인 60만명 이상이 가입해 있는 한 대형포털 카페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3차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발길이 끊긴 손님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함께 일부 업종은 정부의 영업제한 방침에 따라 문조차 열지 못한 영향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반강제로 생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한 회원은 "임대 계약이 6월 말까지인데 건물주와 협의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장사가 잘 됐는데 결국 폐업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집합금지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코인노래방 업주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는 "우리는 코로나와의 전쟁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체제로 버텨왔고, 최전방에는 집합금지를 당한 자영업자가 있다"며 "이 방어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 대부분을 업주들이 뒤집어쓰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3차 대유행 이후 영업을 못하고 있는 헬스장이나 학원 운영자들이 버티다 못해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은 이처럼 방역에 협조하다 폐업 위기에 몰리며 버텨낼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위기 때마다 추경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는 방역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일대로 쌓였다는 분석이다.
헬스장이나 학원 등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수치로 고스란히 확인된다. 7일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5만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28일부터 1월 3일까지 일주일 간 전국 소상공인들의 카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나 급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이 넘는 확산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고위험시설 운영제한 등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연이어 나온 탓이다.
지역별로는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서울(-41%), 경기(-34%), 인천(-32%) 등 수도권 지역 소상공인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60%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부산(-37%), 제주(-37%), 강원(-37%) 등 거의 전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6일 서울시내 한 헬스장에서 헬스장 관계자가 운동기구를 소독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헬스장 등 일부 실내체육 시설에 대한 방역기준 형평성 논란에 대해 보완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2021. 1. 6. 한주형기자
특히 업종별로 보면 이들의 피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영업제한에 스포츠·레저업종 매출이 전년 대비 -68%로 직격탄을 맞았다. 학원 운영제한으로 교육업종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밖에도 여행(-49%), 음식점(-50%), 문화·예술(-24%) 등 전 업종에서 매출 타격을 받았다.
자영업자들의 매출 급감 추세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11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60~70%에서 회복을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버티다 못해 이미 폐업을 한 상황인데 3차 재난지원금을 받을 방법은 없느냐"는 문의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들이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든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양보와 배려'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현실 인식에 대한 엄중함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이 힘들고 지칠 때지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함께 모아야 위기가 우리 앞에서 빨리 사라질 것"이라며 "연대와 협력 그리고 양보와 배려의 힘으로 이 싸움에서 꼭 승리하자"고 말했다.
정 총리는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현장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방역기준은 곧바로 보완하겠다"면서도 "경각심이 무뎌진 곳은 방역의 고삐를 더 단단히 쥐고 이행과 실천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당분간 강력한 방역 조치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연장에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에는 이날 오후까지 21만48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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