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년 전 `차화정`과 닮은 코스피 3000 랠리…다른 점은 `일본 극복`
입력 2021-01-07 13:42  | 수정 2021-01-14 14:05

코스피가 3000선을 터치하기까지의 강세장은 10년 전 2200선을 처음 돌파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장세와 닮았다. 돌발 변수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각국의 '돈 풀기'가 강세장의 계기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 증시의 경우 주도주 그룹에 여전히 자동차·화학 업종이 포함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업종이 정유업종을 대체했다는 점만 다르다.
자동차·화학업종도 질적으로 달라졌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랠리를 펼친 두 업종은 10년만에 일본 기업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면서도 주도주그룹에 이름을 올릴 만큼 실력을 키웠다.
7일 오후 1시 6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79.24포인트(2.67%) 오른 3047.45에 거래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작년 3월 19일 1457.64까지 하락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감염병 확산 충격에 휩싸인 증시를 회복시킨 계기를 마련한 건 각국의 중앙은행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역할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심화되자 연준은 작년 3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25%로 1%포인트 인하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같은달 23일 양적완화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회사채 유통 시장까지 지원하겠다는 부양책을 내놨다.
한국은행도 작년 3월 16일(한국시간)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보통 기준금리 조정이 한 번에 0.25%포인트씩 이뤄지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 같은 부양책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냈다. 특히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언택트)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이후에도 해당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코스피에서도 미래 성장 산업인 전기차, 화학(배터리), 반도체(언택트)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한 랠리가 펼쳐지며 저점을 찍은지 두달 남짓만인 작년 5월 26일 2000선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여년 전에 나타난 강세장 역시 비슷했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코스피는 같은해 10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938.75까지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일어나자 연준은 수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인 0~0.25%까지 낮췄다. 또 2008년 11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에 나섰다.
미 연준이 통화완화 정책에 나선 뒤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2009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0년 12월 14일 2009.05로 마감되며 2년 남짓만에 2000선을 되찾았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2011년 4월 25일 2216.00으로 2200선을 처음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급락으로 저점을 찍은지 2년 반 만이었다.
두 번의 경제 충격 이후 각각 새로운 코스피 고점을 만든 상승장의 주도주 그룹에는 모두 자동차·화학 업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10년 전에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기업들이 생산 차질에 시달리는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증시 주도주로 부상했지만, 이번에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는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고 배터리 분야는 오히려 일본을 추월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의 22.6%를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이 차지했다. 중국 CATL의 24.2%에 이은 글로벌 2위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19.2%로 3위에 그쳤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은 142.7%다. 이 기간 파나소닉은 8.5% 역성장했다. 또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5.8%(4위)와 5.5%(5위)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을 차지해 글로벌 톱5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세 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웠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약진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SNE리서치가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현대·기아차는 7.2%로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의 8.2%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점유율에서는 밀렸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전년 동기간 대비 현대·기아차가 40.7% 성장해 4.6% 역성장한 르노·닛산그룹을 압도한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가 적용된 전기차 모델이 잇따라 출시될 예정으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글로벌 1위다.
10년 전 현대차그룹은 동일본대지진로 인한 생산차질과 대규모 리콜 사태로 주춤한 일본 완성차업체의 빈 자리를 채우며 위상을 키웠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에는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며 현대차그룹이 GM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은 글로벌 3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실제 지난 2011년 현대차의 판매량은 독일에서 도요타를 제치기도 했다.
화학업종의 경우 지난 2011년 당시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이던 일본의 정유·화학 공장이 지진에 망가지면서 유가는 하락하고 제품 가격은 오르는 겹호재를 맞았었다. 특히 당시에는 중국 내 설비 투자가 활발하던 시기로 주요 소재·산업재의 수요가 증가했지만, 일본 기업들은 생산 차질에 더해 '엔고(엔화가치 급등)' 현상 때문에 공급 대열에 끼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월 3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1.59엔이었다가, 4월 85엔대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타 11월에는 70엔대 중반까지 빠졌다. 자국 화폐가치가 상승하면 수출품의 가격을 높게 받아야 하기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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