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 `최고가` 새해 첫날…이재용 평택찾아 "시스템반도체 신화를"
입력 2021-01-04 16:22  | 수정 2021-01-04 16:3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협력회사와의 상생을 통한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2021년 신축년(辛丑年) 현장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영하의 한파 속에서도 작업복 차림으로 협력회사 대표들과 함께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이날 반입된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제작에 필수적인 화학기상증착(CVD·Chemical Vapor Deposition) 장비로, 협력사인 원익IPS가 삼성의 기술지원을 받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은 설비 반입식을 마친 뒤 이용한 원익IPS 회장을 비롯해 박경수 피에스케이 부회장,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 이준혁 동진쎄미켐 부회장,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 등 반입식에 참석한 협력회사 대표 5명과 면담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면담한 협력회사 사장단은 삼성과 40년 이상 함께 하며 강소기업으로 거듭난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대표들이다. 이 부회장이 이들과 올 한해를 시작한 것은 협력업체 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성장해 산업의 파이를 키움으로써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식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 온 '함께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 학계, 벤처업계, 중소기업계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우리 산업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의 산업생태계 육성 전략이 더 많은 기업의 성공 스토리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를 통해 △10년간 시스템반도체 133조원 투자 △전문 인력 1만 5000명 채용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계획 등을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 분야 73조원, 신규 생산설비 60조원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당초 133조원 중 2019~2021년 3년간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집행 시기를 크게 앞당겨 2021년까지 기존 계획의 2배에 달하는 약 4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밖에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채용도 당초 대비 20% 이상 늘려 조기에 우수 인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같은 삼성의 투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TV,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새로운 1등 산업을 육성해야 그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강소기업들이 성장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새로운 1등을 향한 목표를 제시하고 올해 첫 경영 행보도 시스템 반도체로 택한 것은 이같은 산업계의 인식과 기대에 공감하고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협력회사를 비롯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개발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산업의 특성상 삼성 혼자의 힘으로는 1위에 도달하기 어렵고, 제품 설계에서 테스트에 이르기가지 공정 전반에 걸쳐 탄탄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 기술개발이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설비, 부품 협력사와 기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설비회사가 필요로 하는 부품 개발을 위해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및 2·3차 부품 협력사와 '설비부품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삼성은 또한 2010년부터 우수 협력회사들과 사업 성과를 나누는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누적 지급액은 3842억원에 달한다. 총 1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시스템 반도체 상생펀드'에도 500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은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개발한 반도체 설계자산(IP)을 지원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제품을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적합하도록 칩 디자인을 지원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기업인 디자인하우스 육성을 위해 국내 24개사에 반도체 설계 검증 등을 외주로 맡겨 사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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