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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은행門 열리자 `우르르` 몰려든 서민들…"대체 뭔일?"
입력 2021-01-04 14:26 

# 2021년 1월 4일. 새해 첫 은행문이 열리는 오전 9시 30분이 되자, 사람들이 점포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몰려든 사람들은 서슬 퍼런 동장군(冬將軍)을 이기고 닫혔던 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한 서민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아직 점포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문밖 도로 위에서 얼마나 더 떨어야 하는지, 기약도 없이… 대기행렬에 그저 몸을 맡겨야 하는 처량한 신세에 놓였다.
지난해 연말 '사상 초유'의 신용대출 '빗장 걸기'에 나섰던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면서 벌어진 이색적인 새해 풍경이다. 은행들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동시에 일부 은행은 최소한으로 줄였던 우대금리를 다시 올린다.
이날 신용대출을 받으러 온 김모 씨는 "지난해 연말 갑자기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바람에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은행에서 언제 또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일지 몰라, 새해 첫 날 아침부터 은행 문을 두드렸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방문자 박모 씨는 "마치 캄캄한 터널 속을 걷고있는 듯한 서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지난해 연말처럼 무턱대고 대출을 차단하는 무대포식 정책은 펼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2월 단행했던 신용대출 제한 조치를 이날부터 풀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1억원이 넘는 모든 가계대출을 중단하고, 22일부터는 2000만원이 넘는 모든 신규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가능해진다. 다만 지난해 9월 말부터 시행해 온 전문직 대출 등 신용대출 한도 축소는 당분간 계속 유지키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을 재개한 데 이어 4일부터는 점포에서 하는 신용대출 문을 열었다. 이 은행은 지난달 15일 모바일 신용대출을, 23일부터 영업점에서 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신규 신청을 받지 않았다. 또 대출 상담사를 통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과 전세대출도 이달부터 풀린다. 아울러 온라인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신청을 받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중단한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 판매를 1월 중으로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우대금리 축소와 최고 한도 조정(1억원) 조치는 올해도 연장해 적용키로 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중단했던 온라인 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 재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을 이달 1일부터 다시 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중단된 후 2주 만에 재개다.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 효과를 불러 일으킨 우대금리 축소도 일부 완화된다.
NH농협은행은 4일부터 기존 우대금리 체계를 적용,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최대 우대금리가 현재 1.0%에서 1.4%로 0.4%포인트 높아진다. 신용대출은 최대 우대금리가 현재 0~0.25%에서 0.8~1.2%로 올라간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신용대출을 다시 재개한 데에는 '대출 절벽'에 놓인 서민들의 불만이 큰데다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이 초기화됐기 때문. 금융당국은 연 4~5%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연말 7%대로 치솟자 시중은행에 총량규제 준수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가 바껴 연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한 부담은 줄었으나 그렇다고 아예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출시장에 대한 불확실한 대중심리가 대출 총량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도 당분간 총량관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 비교적 규모가 큰 고소득·전문직 대출 축소 기조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끌, 빚투 등의 용도로 사용할 소지가 많은 고액 신용대출은 옥죄돼, 서민에게 나가는 대출은 적극 취급해 달라는 정부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부처별 핵심과제를 통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1분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DSR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또 감독당국은 연초에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관련 사업계획을 받아 모니터링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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