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대책후 되레 집값 상승폭 3배 커져
입력 2020-12-30 17:18  | 수정 2020-12-30 19:51
'규제지역=정부 공인 집값 상승지'라는 공식이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정부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 전역(일부 지역 제외)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리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후 집값 상승폭은 되레 더 커진 것이다. 뒷북 규제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은 탓이다.
30일 분양평가업체 리얼하우스가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전인 1월부터 5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9% 오르는 데 그쳤지만, 6·17 대책 발표 이후 5개월(7~11월) 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8.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을 2.9배가량 키운 셈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발표했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인 6·17 대책이 역효과만 낸 셈이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1~5월 사이에 경기도 아파트 가격이 6.8% 올랐으나 7~11월까진 8.3%로 상승 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 대전시의 상승률은 8.1%에서 7.0%로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다. 경기권역 내에선 서울 접경지역의 상승폭이 더욱 컸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경기도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기존부터 지정돼 있던 서울과 경기 광명시·구리시·남양주시 등 서울 접경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요동쳤다"며 "부동산규제가 동일해지면서 주변 지역으로 분산됐던 주택 수요가 다시 주요 도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지역 중에서 6·17 대책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명시다. 6·17 대책 이전엔 광명시 아파트가격 상승률(1~5월)이 4.3% 수준에 머물렀으나 발표 후 12.9%(7~11월)까지 치솟았다. 구리시(10.7%→12.5%)가 바로 그 뒤를 이었고 남양주시(6.3%→11.7%), 용인시(9.1%→11.2%), 하남시(6.5%→11.0%) 순이었다.
비규제지역 중에선 김포시와 파주시 아파트 가격이 요동쳤다. 김포시 아파트 가격은 1~5월 사이 1.6% 올랐으나 발표 이후엔 24.8%(7~11월)까지 폭등했다. 파주시도 2.4%에서 10.2%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런 '규제의 역설'이 발생한 건 뒷북 규제로 타이밍을 놓친 탓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책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정책신뢰도 회복과 국민 불안심리 완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상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가 불안감을 조성해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또 다른 강력 규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별 힘을 못 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45㎡는 지난 28일에 50억원에 계약돼 신고가를 찍었다. 직전가보다 9억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114.7㎡는 26억원에 신고가(29일 계약)를 썼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6월 말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바 있다.
이렇게 된 건 이 지역들이 규제로 묶여 있는 사이 지방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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