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0평 아파트 월세수입 의존 장애인은 다주택자 철퇴, 2배로 뛴 전세보증금에 반전세 횡행
입력 2020-12-30 15:01  | 수정 2021-01-06 15:06

# A씨는 장애가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장애로 인한 차별을 느낀 A씨는 일찌감치 노후 대비에 나섰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일을 한 끝에 지난 2000년 실평수 56㎡, 2017년에는 33㎡의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A씨는 2013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56㎡ 아파트를 월세 7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다. 최소한의 노후 준비는 됐다며 뿌듯해하던 A씨에게 정부가 발표한 7·10 대책은 큰 충격이었다. 2주택자라는 이유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재산세, 종부세 부담이 과도해졌다. 주택을 처분하려니 임대사업자 등록 당시 국가가 약속했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월세에 의지하던 노후 생활이 막막해진다. A씨는 "나에게 워라밸은 20세에서 60세까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 60세 이후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었다"며 "열심히 일했던 지난 30년이 적폐가 되고 그로 인한 수입이 불로소득 취급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은퇴자 B씨는 맞벌이하며 모은 돈에 50% 대출을 더해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5가구(4.5평, 1가구당 7900만 원)를 구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월 160만원의 임대소득과 국민연금을 보태면 자력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러운 7·10 대책 발표로 B씨가 보유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 5채는 더 이상 임대업 등록을 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갑자기 거주 주택 1채 포함한 6주택자가 돼 각종 세금 부담도 확 커졌다. B씨는 "4.5평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다섯 채라고 해봐야 서울 아파트 한 채 전셋값도 안된다"며 "소형 평수는 1인 거주자용 주택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인지해 고가 아파트를 여러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9일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제17차 회의를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피해사례를 공유했다.
특위에 접수된 사례 가운데는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셋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난민들 사례가 많았다.

C씨는 2년 전 수원 망포동의 한 아파트에 보증금 2억을 주고 전세로 입주했다. C씨는 계약 만기를 두어달 남기고 임대인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임대인 역시 본인이 살고 있는 전셋집이 팔려 이사를 와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아파트 전세시세는 4억~5억으로 급등했다. C씨는 결국 3주 만에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의 반전세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고 그 사이 전세시세는 1억원이 더 올라 6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D씨는 LH전세임대 카페의 회원이다. LH전세임대 제도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이 저소득층, 주거 취약계층에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신혼부부, 고령자, 청년, 장애인,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장, 의료수급자, 기초 수급자에게 9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까지 전세지원을 해준다. 문제는 전셋값 폭등으로 1억2000만원 한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전셋집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D씨는 "주인의 직접거주, 매도로 인한 실수요자 입주, LH전세 승인조건 변경으로 현재 계약 중인 LH전세에서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경우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돈이 없는 저가 LH전세 세입자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저가 전세를 위한 저가 주택이 임대주택에서 이탈되지 않도록 장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이 접수됐다.
수원에 거주하는 E씨는 10년 된 아파트를 한 달 전 자금을 무리해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금을 냈다. 세입자가 있었지만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나왔고 만기가 12월이었으니 실거주 집주인은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세입자가 위로금 4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E씨는 "실거주 매수자라도 6개월 전 등기를 마치지 않으면 갱신거부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계약금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겨우 냈는데 무슨 돈이 있어서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마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F씨의 경우 직장 문제로 새 집을 매수하며 일시적 2주택자가 됐다. 먼저 갖고 있던 집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세입자가 있어 팔리지 않고 있다.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6개월 정도 밖에 남지않아 새 집주인은 계약과 동시에 등기를 하지 못하면 기존 세입자의 전세갱신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F씨는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낮춰 내놓았지만 세입자가 있어 매수문의가 없다고 푸념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은 "특히 이날 회의에는 실제 피해를 입은 임대인이 참석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줬다"며 "김형동 의원, 윤창현 의원, 정경희 의원, 특위 법률지원단 홍세욱 변호사,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성창엽 회장 및 김성호 변호사 등과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부담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실적 부진, 임대보증보험 의무화 등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동 의원은 "국민들은 주택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난감해 한다"며 "특히 서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부동산 특위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부동산 특위 구성 후 6개월 간 숱한 제약에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다양한 문제점을 밝혀내고 대안을 제시해왔다"며 "내년에도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부터 경제전문가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도 국민의힘 부동산시장 정상화 특위에 합류한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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