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원순 피소` 여성단체-현역의원-젠더특보 順 유출
입력 2020-12-30 11:45  | 수정 2020-12-30 13:53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미투 사건' 피소 정황이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현역 국회의원을 거쳐 임순영 전 서울시장 젠더특보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밝히며 피소사실 유출혐의로 고발된 경찰, 서울중앙지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30일 서울북부지검은 박원순 전 시장 피소사실 유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민단체 구성원이 평소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A씨와 서울시장 특보에게 피해자 측이 박원순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시민단체에 지원 요청한 사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측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가 여성단체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거쳐 현역 국회의원 A씨를 통해 임순영 전 서울시장 젠더특보에게 전달됐다. 임 전 젠더특보는 박 전 시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피소사실이 유출된 발단은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 7일 여성단체 대표 C씨에게 고소와 관련된 도움을 요청하면서다. 김 변호사는 이때 '미투 사건'이라는 용어를 썼다. C씨가 이를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에게 알리며 해당 사실은 또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 D씨를 통해 A의원에게까지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A의원은 이 사실을 전해들은 직후 임 젠더특보에게 전화해 "박원순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냐"는 취지로 말했다. 임 젠더특보는 이후 D씨로부터 "여성단체가 김재련 변호사와 접촉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젠더특보는 지난 7월 8일 오후 3시경 박 전 시장과 독대하며 관련 사실을 처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젠더특보가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으시냐"고 묻자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임 젠더특보는 이후 피해자 측 동향을 확인하려 했지만 불발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젠더특보는 같은날 오후 11시경 시장 공관에서 박 전 시장에게 "A의원으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젠더특보는 지난 7월 9일 오전에도 시민단체 대표 C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으르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시장은 같은 날 오전 9시경 고한석 비서실장과 독대 하면서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쪽에서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 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오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고 다음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박 전 시장 피소사실 유출 혐의로 고발된 경찰, 서울중앙지검,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임 젠더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취득한 시점은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이전이고, 박 전 시장과 임 젠더특보는 고소 이후에도 고소 여부 및 구체적 고소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외부로 피소사실 관련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통화 당시 구체적 고소내용 및 시민단체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을 포렌식 한 결과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 사망 전 주변 사람들에게 심정을 밝힌 텔레그램 내용을 확인했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