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골드만 주식트레이더 99% 자동화…금융 일자리도 양극화"
입력 2020-12-29 17:41 
◆ 2021신년기획 REbuild 디지털금융 ③ ◆
"디지털 금융(Digital Finance)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 포용(Digital Inclusion)'입니다. 기술 발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기술 발전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한 책 '테크놀로지의 덫'의 저자인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사진)는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에서 기술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프레이 교수는 먼저 기술 발전이 때와 장소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저항과 수용에 대한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에 따르면 기술이 발전해 노동을 대체할 때는 적대감과 사회적 격변이 따라올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발전이 활성화되고 성장 이익이 균등하게 배분될 때는 신기술을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영국의 산업혁명 초기 격렬하게 저항한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20세기 기술 발전을 주도한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기계화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두려움이 컸고, 후자는 기계 덕분에 노동자들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이 교수는 "디지털 금융에서도 일자리를 두고 벌써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은행의 등장으로 중급 은행 직원의 수요는 감소하고, 고급 IT 기술자와 초급 콜센터 직원의 수요는 증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주식 트레이더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대체함으로써 지난 17년간 거래 작업의 99%를 자동화하기도 했다.
프레이 교수는 "특히 고령층과 취약계층 등 디지털 금융 소외자에 대한 포용적 금융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소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금융은 젊은 층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발전상도 불균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금융을 사용하기 위한 컴퓨터·모바일 작동법이나 인터넷 접속은 이제 생활 필수 기술이 되어서, 이를 모르고선 디지털 빈자로 추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프레이 교수는 우려했다.
프레이 교수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디지털 금융 교육 △오프라인 지점 운영방식 조정 △금융 접근권 확대 등 3가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선 고령층과 취악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은행 지점을 일방적으로 폐점하기보다는 해당 지역의 고령층 현황을 반영하거나 점진적으로 단행하며,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 외 전화 등 일반적인 기기로도 금융 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원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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