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1년째 찾아온 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입력 2020-12-29 15:47  | 수정 2020-12-29 16:05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해 였습니다. 이겨내실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북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가 29일 노송동주민센터에 두고 간 성금과 함께 남긴 편지의 내용이다.
21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거금을 기부해 온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해 이맘때 그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을 절도범이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도 예년처럼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얼굴없는 천사'는 이날 오전 11시 24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여 "주민센터 근처 삼마교회 '얼굴없는 천사'간판 옆 골목길에 A4박스를 두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찾아가 확인해 보니 늘 그렇듯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현금다발,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었다.
5만원권 지폐 1400장과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동전을 합하니 7012만8980원이었다.
이에따라 그가 2000년부터 21년간 모두 22차례에 걸쳐 낸 누적 성금은 7억3863만3150원이 됐다.
전주시는 그동안 '얼굴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생활이 어려운 5575세대에 현금과 연탄·쌀 등을 전달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절도사건 이후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 상자를 지키기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1500만원을 들여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전주 완산경찰서와 CCTV관제센터는 전주시의 요청에 따라 주민센터 인근 순찰과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신분 노출을 꺼리는 '얼굴없는 천사'를 배려해 CCTV를 설치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성금도난 사건 이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전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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