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철수 "박원순 피해자 손편지 공개는 명백한 2차 가해"
입력 2020-12-29 10:08  | 수정 2021-01-05 10:3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A씨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공개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를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권 진영에 속한 한 대학 교수가 전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쓴 편지를 공개하여 사실상 2차 가해 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사과의 글을 올리면서 또다시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시각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저는 삐뚤어진 채 굳어버린, 진영에 대한 맹신이 인간을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며 "솔직해지자. 피해자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볼 정도로 몰입해서 한 자 한 자 읽었으면서, 피해자의 이름은 눈에 안 들어왔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가해자는 공인이지만 피해자는 공인이 아니다. 공인이 아닌 피해자가 공개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시민의 권리를 박탈한 사람,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할 상황에서 진실을 감추고 도망친 자들은 누구입니까? 수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공개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그들에게 해야 맞는다"고 했다.

그는 "손편지의 내용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은, 지난 수십 년간 피해자다움의 여부를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법의 심판을 비켜 간 수 많은 성범죄자들을 옹호했던 주장"이라며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편의 비리는 감추고 두둔해서 합리화시키려는 진영논리가 참으로 무섭고 지긋지긋하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성범죄는 시민의 불행이자 국가의 불행이다. 그 불행을 가중시키는 것이 이런 몰염치한 2차, 3차, 다중 가해 행위"라며 "진실을 알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이미 진실을 밝힌 피해자를 모욕할 것이 아니라 전임 시장의 휴대폰 내용을 공개하도록 유족들을 설득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모 교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무분별한 추가 가해 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며 "김모 교수의 행동에 부화뇌동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중하기 바란다. 피해자를 마녀로 몰아 가해자의 조작된 신화를 지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경국 전 서울 인사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A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박 전 시장의 생일에 쓴 편지 3장을 공개했다. 김 교수는 이후 민 전 비서관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A씨의 실명이 노출됐다. 이에 비판이 가중되자 민 전 비서관과 김 교수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고의가 아니라 해도 박원순 시장 성푸행 피해 고소인 당사자에게 실명 노출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 제 진솔한 마음을 적는다"며 "이 사건으로 고통을 받으신 것에 대해 귀하에게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적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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