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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솜방망이 처벌…충격에 빠진 키움, 더 큰 충격에 빠진 야구팬 [MK이슈]
입력 2020-12-29 04:58 
KBO는 허민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게 2개월 직무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하지만 팬 사찰 논란과 관련한 징계(엄중 경고)는 솜방망이였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허민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 관한 징계 결정에 구단은 충격에 빠졌으나 야구팬도 충격에 빠졌다.
더욱 심각한 사안이었던 ‘팬 사찰 의혹에 대한 구단 징계는 실효성이 없는 ‘엄중 경고에 그쳤다. 추가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KBO는 28일 부적절한 ‘야구 놀이로 프로야구 선수의 자존심을 짓밟은 허민 의장에게 2개월 직무 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2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품위손상행위에 대해 심의한 지 6일 만에 나온 결말이다. 상벌위원회가 엄중 경고로 가닥을 잡았으나 손바닥이 뒤집혔다. 재임 기간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던 정운찬 총재는 퇴임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허민 의장은 구단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다. 여러 말이 나왔다. 정규시즌 12경기를 남겨두고 떠난 손혁 전 감독의 사퇴에도 개입돼 있다.
특히 자기만족을 위한 야구 놀이를 하고자 지위를 이용해 프로야구 선수를 장난감처럼 다뤘다. 한 번이 아니었다. 이 문제는 결국 허민 의장에게 ‘부메랑이 됐다.
KBO는 허민 의장의 징계에 대해 이사회 의장의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한 점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된다”라고 설명했다.

정운찬 총재는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를 들어 상벌위원회의 징계보다 ‘더 센 징계를 결정했다.
키움히어로즈는 허민 의장의 중징계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다. 구단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허민 의장은 구단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이사회 의장부터 시작해 대표이사, 감독을 다 새로 뽑아야 하는 영웅군단이다. 새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KBO는 키움히어로즈 구단에 대해 ‘의미 없는 엄중 경고 처분만 내렸다. 법리적인 문제를 들어 한 발을 뺀 모양새다. 정운찬 총재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팬 사찰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다. 팬이 최우선인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든다. 구단은 허민 의장이 프로야구 선수를 상대로 야구 놀이를 한 영상을 찍어 언론에 제보한 팬을 색출하고자 폐쇄회로(CC) TV를 열람하기까지 했다.
KBO에 구단과 관계자에 대한 품위손상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이택근의 폭로로 여론이 들끓었다. 야구팬은 분노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잦은 문제를 일으키고도 상벌위원회마다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던 키움히어로즈는 이번에도 철퇴를 피했다.
정운찬 총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구단이 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프로스포츠의 의무를 저버렸고, 구단과 선수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는 등 리그의 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엄중 경고 선에서 멈췄다. 또한, 재발 방지 촉구라는 ‘뻔한 옵션을 더했다.
현실적으로 그 이상의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KBO는 키움히어로즈의 CCTV 열람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기타 법규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라고 했다.
법률 자문 결과,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답을 들은 결과다. 칼을 뽑으려다 칼집만 손에 든 꼴이다.
물론, KBO는 추가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사법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제재를 심의하겠다고 했다.
그 사법적인 조치를 누가 진행하느냐가 핵심이다. KBO가 주도하지는 않는다. 이택근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움직였다면서 당장 법적 조치를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키움히어로즈가 굳이 앞장설 필요도 없다.
이번에도 제대로 문제의 뿌리를 뽑지 못했다. 결국은 팬 사찰 논란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전혀 아프지 않은 매만 든 KBO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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