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퇴임' 김현미 "집 걱정 덜겠단 약속 매듭 못 지어 송구"
입력 2020-12-28 17:49  | 수정 2021-01-04 18:03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년6개월여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을 지낸 김 장관은 취임 1천285일째 되는 오늘(28일) 오후 이임식을 열고 국토부를 떠났습니다.

그는 2017년 6월 23일 취임 일성으로 "강남 집값이 뛰는 것은 다주택자의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단언하고 이후 8·2 대책과 9·13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이미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상승 국면으로 돌아선 터였고 거듭된 대책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와 유동성 장세로 인해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기만 했습니다.


더욱이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시장에 유동성이 더 풀렸고, 투자 수요가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집값 상승세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퍼진 형국입니다.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퇴임식을 열 수 없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 때문에 온라인 영상으로 대신한 김 장관의 퇴임 행사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김 장관은 퇴임사에서 "저는 이제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떠난다"라며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127만가구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31년 만에 임차인의 거주권을 2년에서 4년으로 보장하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만큼, 머지않아 우리 국민의 주거 안정은 꼭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김 장관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는 선진국 수준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 8%를 달성한 매우 의미 있는 해"라고 강조하고 "2022년에는 200만가구, 2025년에는 240만가구로 늘어나 무주택 가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토부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단 김 장관은 3년 반 이상 이어진 공직 생활을 돌아본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취임 이후 오늘로 3년 반, 1천285일"이라고 언급한 김 장관은 "그 사이 차관님, 실장님, 국장님들의 흰머리도, 눈가의 주름도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장관과 간부, 직원의 관계라기보다 무수한 전투를 함께 치러낸 전우였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광역버스 교통사고와 타워크레인 사고를 비롯해 대한항공 일가 갑질 사건, BMW 화재 사고,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국토부에 닥쳤던 크고 작은 과제들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국토부에 주택 정책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건설산업 구조개혁 등 그의 돌파력으로 해결한 오래된 과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는 "건설업계 칸막이식 업역 혁파를 45년만에, 택시 완전 월급제는 30년만에 실현됐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58년만에 모빌리티 혁신법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에 부족함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당면한 과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별 절차가 요란치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고 한 김 장관은 국토부 직원들에게 "여러분을 향한 애틋한 마음, 이제 가슴에 담고 떠난다"라며 퇴임사를 마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