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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가능한데…‘핸디캡’ 때문에, 선발투수 우대 사라진 FA 시장
입력 2020-12-28 14:41 
시즌 10승이 가능한 선발투수는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핸디캡이 있다면, 돌다리를 두들길 수밖에 없다. 차우찬(사진)의 두 번째 FA 계약 현상 분위기는 4년 전과 다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시즌 10승이 가능한 선발투수는 우대받기 마련이었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겨울 FA 시장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27일 현재 투수 계약은 0건이다. 양현종(32) 유희관(34) 이용찬(31) 차우찬(33) 김상수(32) 우규민(35) 등 6명 중에 누구도 계약하지 않았다.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양현종을 제외하고 투수 5명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박감 넘치는 상황 속에 FA 계약(두산 허경민·SK 최주환·삼성 오재일·KIA 최형우·두산 정수빈)이 줄을 이었으나 투수 계약은 뒷전이 됐다.
지난해 단일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을 세운 김상수는 제대로 협상 테이블도 차리지 못했다. 원소속 구단인 키움이 대표이사, 감독이 공석 상태인 데다 팬 사찰 의혹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허민 이사회 의장의 사유화 논란까지 불거져 있다.
FA 재자격의 우규민도 냉정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4년 전에는 선발투수로서 FA 계약(4년 65억 원)을 맺었으나 2018년부터 3년간 불펜에서 활동했다. S급 투수가 아닌 이상 불펜 투수의 FA 계약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양현종 김상수 우규민을 뺀 3명은 선발투수 자원이다. 10승 경험도 풍부하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해당 기간에 1330⅓이닝을 소화했다. 두 번(2018년 141이닝·2020년 136⅓이닝)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으나 많이 부족하지 않았다.
4년 전 FA 투수 최고 계약(4년 95억 원)의 주인공이 된 차우찬도 두 자릿수 승리를 여덟 차례나 기록했다. 올해 어깨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으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하게 10승 이상을 올렸다. 차우찬은 프로 통산 110승, 유희관은 97승을 기록했다. ‘이기는 법을 잘 아는 투수다.

전천후가 가능한 이용찬은 활용 폭이 넓다. 어디에 두든지 10승 혹은 20세이브가 가능하다. 10승이 두 번(2012·2018년), 20세이브가 세 번(2009·2010·2017년) 있었다. 2018년부터는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꿔 자리를 잡았다.
과거의 성적만 고려하면, 믿음직한 투수다. 특히 ‘앞문 강화는 10개 구단의 영원한 과제다. 트레이드 시 투수의 가치는 폭등한다. 선발투수라면 그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커진다.
하지만 미래의 가치를 따져야 하는 FA 계약이다. 1년 계약도 아니다. 세 투수는 당연히 장기 계약을 선호한다. 계약 기간이 길수록 계약 규모가 커지기 마련이다. 줄다리기만 반복할 수 있다.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셋 다 ‘핸디캡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용찬은 팔꿈치, 차우찬은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선수는 건강한 몸 상태를 자신하나 구단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유희관도 ‘두산 특수를 받았다. 잠실구장을 벗어나 다른 구단의 야수를 뒤로 세운다면 그의 기록이 크게 향상된다고 보장하기 힘들다.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선발투수 영입 경쟁에 불이 붙지 않는다. 의구심 가득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구단도 있다. 애초 FA 시장에서 야수 보강에 초점을 둔 구단도 꽤 있었다.
2020년의 마지막 주다. 자연스럽게 FA 협상도 해를 넘기를 전망이다. 다만 시간은 선수의 편이 아니다. 선택의 폭도 좁아지기 마련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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