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화 '자백' 주인공 김승효 씨 별세…간첩 누명에 억울한 옥살이로 힘든 시간 보내
입력 2020-12-27 17:26  | 수정 2021-01-03 18:03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재일 한국인 김승효 씨가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오늘(27일) 보도했습니다. 향년 70세.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일본 교토(京都)시 소재 자택에서 어제(26일)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고 유족이 전했습니다.

그는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감독 최승호)의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MBC PD 출신인 최승호 감독도 "어제저녁, 돌보는 이가 식사를 갖다줄 때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 찾아갔더니 이미 숨져 있었다고 합니다. 응급차로 병원에 갔으나 소생시키지 못하고 사망을 확인했답니다"라고 쓴 간접 조작 사건 피해자 강종헌 씨의 글을 26일 페이스북에 옮기며 김 씨의 별세를 전했습니다.


고인은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인 1974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끝에 간첩이라고 자백했고 징역 12년에 자격 정지 1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간첩 사건으로 복역한 지인이 2014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을 알게 된 형의 추궁에 "조사 때 20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물·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문당한 사실을 얘기하면 '김대중(전 대통령)처럼 납치한다'고 석방 전에 협박을 당한 탓에 자신의 경험을 가족에게도 오랜 기간 얘기하지 못하고 외출까지 두려워하며 지냈습니다.

조현병을 앓는 김 씨를 대신해 형이 2015년 청구한 재심이 받아들여져 연행된 지 44년 만에 누명을 벗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공포감에 계속 시달렸고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 씨의 형 승홍 씨는 "동생은 죽기 직전까지 고문당한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고 말했다고 교도는 전했습니다.

최 감독은 "이제 선생님이 겪으신 평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안식하시기를 빕니다"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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