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신` 구하고 `핵 위협` 암살하고…음지서 열일 이스라엘 모사드
입력 2020-12-27 09:40  | 수정 2021-01-03 10:06

이스라엘이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10개 병원에서 의료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섰다.
뉴욕타임즈는 이스라엘 정부가 재빠르게 코로나 백신을 구할 수 있었던 배경엔 모사드의 암약이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세계2위의 정보기관에 집중됐다.
모사드는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의 제조현황을 파악해 후보군을 추린 뒤에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계약 성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선금 3500만달러를 지불하며 800만회 분(400만명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모더나 백신까지 더 해 880만 이스라엘 국민 모두가 접종 받을 수 있는 양을 확보했다.
모사드(Mossad)는 히브리어로 '연구소(the Institute)'란 뜻이다. 전 세계 어느 누구도 '피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전'으로 유명한 모사드를 순수한 의미의 연구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사드는 1949년 12월 13일 다비드 벤구리온 이스라엘 총리 시절 외무부 산하조직으로 출발해 1951년 총리실 직속 기관으로 바뀌었다. 원래 출범은 1947년이지만 공식 출범은 2년 뒤에야 이뤄졌다. 본부는 이스라엘 서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 텔아비브에 있다. 정확한 규모 등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CIA에 이은 2번째 규모의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7000명 가량이 일하며 연간 예산은 20억달러를 넘는다.
'4000년 디아스포라'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유대인의 고통이 더 이상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모사드 DNA의 핵심이다. 디아스포라란 그리스어로 흩뿌린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로든 특정 민족이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 타지로 전전하는 상황을 뜻한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해도, 모사(counsellors)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성경 잠언 11장 14절)'가 모사드의 모토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정보기관들 보다 과격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스라엘 언론인이 펴낸 모사드 관련 책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행한 암살작전만 2700여건이 넘는다. 이는 조직 편제에서도 드러난다. 모사드의 작전부서 중 최고부서로 꼽히는 곳도 암살·폭파·납치를 전문으로 하는 '메차다'다. 메차다는 암살 전문 그룹인 '키돈'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에도 이란 테헤란 인근에서 핵 개발 책임자로 알려진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매복 공격으로 사망했을 때 배후로 지목된 곳이 모사드였다. 파크리자데는 1999~2003년 이란이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최고위급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모사드는 전쟁기간 중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인물들을 응징하는데 집중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 등이 당시 모사드의 활동 등을 그리고 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팔레스타인 그룹에 의해 사살당한 뒤 모사드가 진행한 보복작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 의해 '뮌헨'이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모사드는 한때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스위스 뉴질랜드 등에서 실시 중이던 기밀작전들이 잇따라 실패했고 요원들은 포로로 붙잡혔다. 언론을 통해 모사드 실수가 모두 공개됐으며 이스라엘 국민은 자국 정보기관을 외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란 핵 위협에 대한 정보 파악 등도 제대로 못하는 등 존립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영입된 메이어 다간 당시 국장에 의해 조직 재건이 이뤄지면서 정보기관으로써 명예를 회복했다. 북한 관련 사안에서도 모사드가 등장하기도 하다.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과거 일본에 입국하려다 좌절된 것이 모사드가 일본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서란 설도 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internet.com / 박완준 매경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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