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잡았다. 벤츠"…`소원성취` 제네시스, 5년만에 `공수교대`[車결산]
입력 2020-12-27 07:59 
제네시스는 올해 벤츠코리아를 잡고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차지했다.[사진 제공=제네시스]

"아프냐, 나도 아팠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5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에 한방 제대로 먹였다. 벤츠를 제치고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공수교대'다.
26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차량은 올 1~11월 총 9만608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2096대)보다 84.4% 증가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벤츠코리아는 같은 기간 6만7333대 를 판매했다. 전년동기보다 3.4% 줄었다. BMW코리아 판매대수는 5만2644대다. 전년동기보다 34.8% 많이 팔렸다.
제네시스는 지난해까지 벤츠코리아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였다. 판매대수는 2019년 5만6801대, 2018년 6만1345대에 그쳤다.
벤츠코리아 판매대수는 같은 기간 동안 각각 7만8133대, 7만798대에 달했다. BMW코리아 판매대수는 각각 4만4191대, 5만524대로 집계됐다.
벤츠 잡은 1등 공신, G80 [사진 제공=제네시스]
올해 제네시스 판매 증가세를 주도한 차종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경쟁하는 G80이다. 판매대수는 4만9420대로 전년동기보다 140.1% 폭증했다. 벤츠 GLE, BMW X5와 싸우는 GV80은 3만745대가 팔렸다.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를 겨냥한 G70은 6686대로 56.8% 줄었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플래그십 세단 경쟁을 벌이는 G90도 성적이 저조하다. 9218대로 전년동기 대비 42.5% 줄었다.
제네시스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판매대수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10만대까지 남은 대수는 3916대에 불과하다. 지난달에는 9567대, 지난해 12월에 4705대가 팔렸다.
G80 외관 및 실내 [사진 제공=제네시스]
제네시스가 벤츠와 '공수교대'한 것은 5년 만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현대차에서 독립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했다.
제네시스는 벤츠와 BMW가 주도하는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공략했다. 주력 모델은 2008년 1세대 모델(BH)과 2013년 2세대 모델(DH)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탄생을 이끈 G80이다.
제네시스 G80은 대기업 임원차로 인기를 끌며 현대차 그랜저와 함께 '성공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G80을 밀어주고 끌어줄 G70과 G90의 실적은 아쉬웠다. 벤츠·BMW를 잡기에는 브랜드 인지도, 성능, 품질 등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BMW를 잡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기대되는 신차 1위 GV70 [사진 제공=제네시스]
그러나 올해 출시한 GV80, G80, GV70은 출시 전부터 호평을 받으며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1위 벤츠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국내 최대 자동차 거래 플랫폼인 엔카닷컴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설문은 '2020 상반기에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사고 싶은 차(국산·수입 15개 차종)'와 '2020 하반기 출시 예정인 자동차 중 가장 기대되는 차(국산·수입 11개 차종)'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총 1516명이다.
'가장 사고 싶은 차' 1위와 2위는 모두 제네시스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21.8%가 G80을, 20.6%가 GV80을 사고 싶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G80에 대해 "승차감과 실내외 디자인이 좋아서", "럭셔리한 실내가 마음에 들어서", "눈에 띄는 디자인 때문에" 등으로 선택 이유를 밝혔다.

'가장 기대되는 차' 1위 자리도 제네시스 차지였다. GV70은 27.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답자들은 GV70에 대해 "GV80이 잘 나와서 역시 70도 기대됨", "GV80의 사이즈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픽" 등의 답변을 달았다.
기대만큼 성과도 좋았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은 계약 첫날 1만5000여대 실적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부터 엔진 떨림 문제로 디젤 모델 출고가 중단되며 판매량이 하락하는 위기가 왔지만 올해 판매 목표인 2만4000대는 물론 3만대 고지도 11월에 넘어섰다.
사고싶은 차 1위를 차지한 GV80 [사진 제공=제네시스]
지난 3월 출시된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G80도 판매 첫날에만 2만2000대 계약됐다. 하루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와 같은 수준의 계약이 이뤄졌다.
G80은 올 1~11월 국내에서 승용차 기준으로 판매 9위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판매 톱10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G70·G90 성적은 부진한 편이지만 GV80과 G80이 상쇄하고도 남을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내년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이슈를 선점한 GV70이 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출발은 좋다. GV70은 '가장 기대되는 신차'답게 지난 22일 계약 개시 하루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계약 첫날 1만5000여대 실적을 달성한 GV80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비수기인 겨울이 맞물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을 감안하면 다시한번 '성공 신화'를 쓸 가능성이 크다.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 [사진 제공=제네시스]
제네시스 인기 비결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진화한 디자인, 수입차 경쟁차종을 압도하는 안전·편의사양이다.
올해 나온 차종들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호하는 쿠페 스타일을 적용,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호불호가 있는 디자인과 달리 안전·편의사양 평가는 호가 많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첨단 사양을 거의 모두 적용하고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신기술도 반영했다.
GV80은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소음을 저감해주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GV70은 차량 내 간편 결제 제네시스 카페이 연동 지문 인증 시스템, 기존 초음파 센서보다 더 정교한 레이더 센서 기반 어드밴스드 후석 승객 알림을 세계 최초로 채택했다.
제네시스가 GV80과 함께 선보인 맞춤 구매 프로그램 '유어 제네시스'도 고객 선택권을 넓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V80·GV70 구매자는 엔진, 구동방식, 외장컬러, 휠/타이어, 내장 디자인 패키지, 스포츠 패키지 등을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에는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이 있다. 그랜저에 이어 제네시스에도 이어지는 '성공 이미지'다.
G80은 국내에서 현대차 그랜저보다 더 '급'이 높은 대기업 임원용 차로 자리매김했다. G90은 벤츠 S클래스와 함께 '사장·회장님 차'로 자리잡았다. G80과 G90이 쌓은 성공 이미지는 GV80과 GV70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GV70과 GV80 비교[사진 제공=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G80은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독일 3사 프리미엄 세단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럭셔리 세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로드앤트랙은 "신형 G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롭고 멋진 디자인 언어를 통해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잘롭닉은 '말도 안 되게 멋진 신형 G80'이라는 파격적인 제목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부드러우며 곡선미가 있고 훨씬 유기적인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모터트렌드는 '최고의 신형 럭셔리 세단을 만나다'는 제목과 함께 "새로운 패스트백 디자인은 G80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G80과 GV80은 '2021년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올랐다. 결과는 내년 1월11일 발표된다. 미국·캐나다 자동차 전문 기자단이 선정하는 북미 올해의 차 시상은 소비자 구매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로 권위를 지녔다.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고객 인도에 들어간 GV80은 사전계약 대수가 2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 미국 판매대수가 2만1000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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