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서울·경기·인천 '쓰레기 전쟁' 해법은 없나?
입력 2020-12-24 19:19  | 수정 2020-12-24 22:09
【 앵커멘트 】
코로나19로 확 늘어난 택배와 배달 쓰레기에 환경미화원들은 새벽부터 전쟁을 치르고 있죠.
2025년 인천 서구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를 앞두고 서울과 인천, 경기도는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천이 '더는 인천은 안 된다'며 쓰레기 독립을 선언하며 해법을 못 찾는 건데, 수도권 쓰레기 대란의 현주소는 어떤지 또 해법은 없는지 정주영, 노승환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타이틀) 수도권 '쓰레기 대란' 현주소는

▶ 스탠딩 : 정주영 / 기자
- "서울의 한 주택가입니다. 새벽 4시인데요.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쓰레기를 거둬가는 환경미화원들.

꽉꽉 채운 종량제 봉투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아예 엉망이야 그냥."

수거 작업을 갑자기 멈춘 건 재활용할 수 있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이 섞였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환경미화원
-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쓰레기 봉지에 넣고. 음식물까지 다 집어넣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엄청 애로점이 많습니다."

생활 쓰레기의 다음 목적지는 소각장입니다.


도시의 새벽 골목을 누빈 5톤 트럭들이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토해냅니다.

자원회수시설의 쓰레기장은 70미터 깊이.

집채 만한 크레인이 쓰레기가 잘 타도록 섞어 소각로로 옮겨 담고,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는 온수와 난방, 전기로 태어납니다.

서울 시내 5곳의 자원회수시설에서 태울 수 있는 쓰레기는 하루 2천 톤 규모, 나머지 1천 톤의 마지막 목적지는 어디일까?

종착역은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입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쓰레기를 가득 싣고 온 육중한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갑니다.

건설과 사업장 폐기물까지 매일 쓰레기 1만 톤이 새로 쌓입니다.

▶ 스탠딩 : 정주영 / 기자
- "이곳 인천 수도권매립지의 폐기물 반입 비율은 서울시가 42%로 가장 높고, 경기도가 37%, 인천시는 21% 수준입니다."

여의도의 6배 규모인 수도권매립지의 폐기물 반입량은 연간 337만 톤.

10톤 트럭 기준 33만 7천 대로, 한 줄로 세우면 서울에서 베트남 호찌민까지 거리입니다.

땅에 묻는 폐기물을 줄이려고 올해부터 반입 총량제를 시행했지만, 쓰레기 배출량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민병환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반입부장
- "올해 반입 총량제를 적용받는 59개 자치단체 중에 약 75%인 45개 자치단체에서 반입 총량 초과가 예상됩니다."

30년 가까이 쓰레기 탑을 쌓아온 인천 수도권매립지는 최근 인천시의 '쓰레기 독립' 선언에 따라 2025년 사용이 종료됩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새 매립지를 못 찾으면 수도권매립지를 더 쓰기로 했던 5년 전 약속을 인천시가 어겼다고 반발합니다.

사상 최악의 쓰레기 대란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지만 서로 자기주장만 펼치는 겁니다.


【 기자 】
(타이틀) '쓰레기 전쟁' 해법은

인천시는 독자 생존을 택했습니다.

현 매립지를 닫고 인천 영흥도 내 14만 8,500㎡에 인천 쓰레기만 묻는 새 매립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는 2025년부터 각자 매립지를 만들어 쓰라고 통보했습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자는 건데, 이런 원칙은 인천 안에서도 벌써부터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영흥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건 물론, 관할 군청 군수는 단식투쟁까지 벌였습니다.

▶ 인터뷰 : 장정민 / 인천 옹진군수
- "옹진군과 말 한마디 협의 없는 인천시의 쓰레기 매립후보지 영흥도 발표를 결사반대하며…."

모두가 꺼리는 매립장, 대안은 뭘까.

쓰레기 매립량을 줄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소각장입니다.

쓰레기를 태워서 묻으면 부피가 10분의 1로 줄어 한정된 매립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매립장에 바로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쓰레기 소각시설이 되는 건데요."

유해성도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인 소각장 유해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만 해도 쓰레기 500톤을 태울 때 나오는 양이 담배 한 개비보다 적습니다.

또 당장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소각한 쓰레기만 땅에 묻을 수 있어 소각장 신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문제는 주민 설득입니다.

▶ 인터뷰 : 노형돈 / 인천 청라동
- "(소각장이) 법적 기준치를 충족했을 때 이것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고요."

이제 남은 시간은 5년.

서울과 인천, 경기도가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내 집 앞에 쓰레기를 쌓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jaljalaram@mbn.co.kr] [todif77@mbn.co.kr]

영상취재: 최영구·김원·김진성·김현우 기자, 이형준·엄태준 VJ
영상편집: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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